[스타인터뷰] 하지원 “열정은 자존심이었다”

입력 2012-11-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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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과 열정은 마치 동어(同漁) 이음(李音)같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하지원의 첫 번째 책 ‘지금, 이 순간’에 수록한 하지원 연기 분석론에 “하지원이라고 쓰고 열정이라고 읽는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열정은 하지원을 대변하는 가장 압축적이며 적확한 수식이다.

◇열정으로 자존심 지켜낸 연기자

1999년 KBS2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해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시크릿가든’ 등 인기 드라마와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내 사랑 내 곁에’ ‘코리아’ 등 영화를 병행하며 스타에게 거는 기대치를 뛰어 넘었다.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쓴 책 ‘지금, 이 순간’을 출간하는 등 연기 외적인 분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원에게 열정은 소모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는 무엇인가 보다.

“나에게 있어서 열정은 자존심이에요.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센 학생이었어요. 심지어는 잠자 아이들과 싸워서도 지기 싫어했죠. 그렇다보니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게 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력이 뛰어난 편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집중력 검사를 했는데, 수험생으로 치면 학습율 최고의 뇌를 가졌다던데요.(웃음)”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단 그는 하고자 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신조를 갖고 있다. 이 말은 하지원의 필모그라피가 왜 그토록 험난했는지를 상징적으로 설명해 준다. 작품 앞에서 하지원에게 불가능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서 언급했듯이 영화 ‘코리아’ 촬영 때는 계속되는 슬라이딩 때문에 가슴이 자꾸 쓸리자 생리대를 이용해 가슴보호대를 만드는 등 힘든 상황은 어떻게든 돌파하는 게 보람이다.

“내 것이잖아요. 일단 출연하기로 결정하면 그 작품은 내 것이에요. 영화도 내 영화, 드라마도 내 드라마, 책도 내 책이에요. 그러다보니 모든 게 다 소중하죠. 하나하나 정성을 들일 수 밖에 없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책을 쓰는 작업도 그랬다. “왜 이렇게 힘든 역할, 힘든 일만 골라서 하나?”라는 질문에 곰곰 해진 하지원은 “사실 나도 두려워요”라고 털어 놓는다.

“두려운 일은 열심히 하겠다거나,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거나 하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해요. 책을 쓰는 일만해도 그랬어요. 처음에 5~6번 거절했어요. 과연 대선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연기자로서 책을 통해 할 말이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하지만 일단 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친근한 옆집 언니가 되자고 마음먹었죠. 내가, 지금의 하지원이 이 시점에서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옆집 언니처럼 소박하게 풀어놔보자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쉬운 것부터 작게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어려운 일들도 재미있어져요. 재미있다보면 즐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렵게 시작해서 재미있게 끝낸 하지원의 책 ‘지금, 이 순간’은 ‘꿈 사용 설명서’라는 수식을 달았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2년의 시간 동안 하지원은 ‘책’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휴식’이라는 즐거움으로 풀어냈다. 이것이 하지원의 매력이다. 책을 쓰는 동안도 하지원은 “당시로 타임슬립 했다”며 즐거워했다.

“오감을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듣고 보는 것 뿐 아니라 당시에 피부로 느꼈던 것까지… 촬영 중 내가 강렬하게 느꼈던 어떤 순간을 기억해 내기 위해 당시 대본을 꺼내보고, O.S.T를 듣고 향초를 피우죠. 그렇게 추억에 젖다보면 정말로 ‘다모’의 채옥이도 되고 ‘1번가의 기적’에 명란도 되요. 그런 강렬한 기억이 글 쓸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진=뉴시스 제공
◇작품 밖, 여전히 소녀 같은 서른다섯 하지원

“부끄러워요. 그런데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어요.”

책을 낸 후 하지원은 자신의 얼굴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소녀 같은 얼굴에 홍조까지 띄었다. 실제 그 자신이 ‘휴식’이라고 칭했던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잔잔하고 소박한 사진이 소녀다운 하지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하지원을 보여준다기보다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아직도 부끄럽고 창피해요. 드라마나 영화는 만들어진 캐릭터를 내가 연기하는 것이지만 책은 내 얘기를 내가 한 것이잖아요. 평가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많이 부끄러워요.”

책을 낸 후 부끄럽다는 하지원은 요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라기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일기’라고 이름 짓는 것 보다는 ‘습관’이라고 정의하는 게 좀 더 하지원스러울 지모를 일이다.

“다음에 또 쓰고 싶어요. 책… 어렵지만 재미있더라고요. 쓰다 보니 어휘력이 늘어서 공부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시 한 번 느낀 게 도전은 재미있다는 거예요.(웃음) 요즘에는 하루하루의 일을 느낌과 함께 세세히 적는 습관이 생겼어요. 문득 떠오르는 문구도 적어놓고요.”

하지원이 다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다작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기와 더불어 쉴 새 없이 살아 온 그녀에게 또 다른 욕심이 생긴 것이다. 영화 같은 글을 쓰고 싶었고, 하지원스러운 책을 만들고자 했던 그녀가 부렸던 욕심만큼, 계획돼 있지 않은 미래에 대한 욕심이 벌써 생긴 모양이다. 욕심 부린 만큼 열정을 다 하는 그녀, 한 글자, 한 글자 비밀스러운 일기장에 적힐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날이 언제일지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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