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정년을 맞아 은퇴한 중장년층은 그대로 일에서 손을 놓기보다 재취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일을 찾아 노후 마련에 들어가는 경향이 크다. 베이비부머들은 치열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기관 등에서 마련한 대책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일터에서 응용하며 전문성을 펼칠 수 있는 재취업은 은퇴한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관련기관의 정책들을 꼼꼼히 판단해 상황에 맞는 방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정부 등 기관의 정보를 체크하며 준비를 했다.
컨설턴트 회사를 그만둔 황인범 씨는 고령사회고용원의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주부터 강의를 시작한 어엿한 강사다. 2009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일정 연수를 받은 이후 건강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 건강 등 해당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았으며 이번 프로그램에 다른 사람들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해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과거 강의를 한 경험이 있지만 대상이 퇴직을 앞둔 분들이라는 점이 다르다”며 “그런 차이에 유의하면서 강의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원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강사가 된 김혜숙 씨 역시 학교에서 교육과 상담을 하던 경력을 살렸다. 김 씨는 “강의는 짧은 시간에 사람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삶에 적용시킬 수 있다”며 “연수에서 배운 것은 강의 방식 등 기술적인 부분이다. 내용인 콘텐츠는 각자가 그동안에 종사했던 분야를 가지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든 사람은 사회의 빠른 변화에 상대적으로 위축된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런데 나와서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건강이 허락하고 맑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인식이 변했다”고 언급했다.
이진석(가명) 씨는 캐드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음에도 자격증이 없어 번번이 서류에서 탈락하다 고용노동부의 ‘내일배움카드제도’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IMF의 타격으로 직장을 잃은 이후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그는 재취업에 성공하며 그동안 마음고생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씨는 고용부로부터 1년간의 교육비 지원을 받고 학원을 다니며 2급과 1급 자격증을 빠르게 딸 수 있었다. 이후 학원과 고용지원센터의 알선을 통해 음향설계 업체의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씨는 “지금은 나를 비롯해 가족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하고 있다”며 “실직의 서러움을 한방에 날려 보낸 사건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는다”고 소회했다.
강모씨는 다니던 대기업에서 퇴직한 이후 막연하게 거래했던 회사나 동종업계에 스카우트 될 것이라고 자신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내 자만심이었음을 깨닫고 친구의 소개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전문 인력 종합 고용센터를 찾았다. 그날부터 출퇴근하듯 고용센터를 방문하며 본격적인 컨설팅을 받은 강씨는 지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취업의 문은 두드리면 열리게 된다”며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비슷한 조건에서 자기 자신을 잘 포장해서 알리느냐가 중요하며 스스로를 부정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자신을 신뢰하며 정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취업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즐겁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관악구청 평생교육사는 “자신의 다양한 인생 경험과 노하우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고 마음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다 달려온 분들은 바로 교육에 들어가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기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도 챙기지 못한 분들도 많다”며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