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이럴 바엔 결선 투표제를!"

입력 2012-11-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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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신율 교수.
“이거 지금 뭐하는 거야?” 아마 많은 국민들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때문이다.

대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선 후보로 누가 나오는 건지는 고사하고 양자 구도로 갈지 다자 구도로 갈지 조차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이런 식의 선거를 선거로 불러야 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어게인 2002”만을 외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도대체 10년 전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아직도 그대로라고 생각하는 지 정말 되묻고 싶다.

그때는 후보 단일화라는 경험이 우리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는 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번은 충격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단일화가 거의 야권의 습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야권의 행태를 보면 시야에서 국민은 사라지고 권력만 보이는 것 같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단일화 과정을 감동의 단일화라고 생각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예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해 왔다. 야권 지지층의 입장에선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연히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링 위에서 싸우는 후보들 그러니까 선수들의 입장에선 자신으로 단일화 돼야만 정권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것은 순전히 권력 게임이고 정권교체는 단지 권력 게임을 포장하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후보가 사람 좋게 보이니까 자기들끼리 양보하겠지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권력을 너무나 순진하게 봤다는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양보를 떠올리겠지만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서울시장 선거와는 다르게 대선은 권력추구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입장에선 서울시장 후보는 양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선 후보는 죽어도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부연하자면 정당의 입장에선 차라리 출마해서 떨어지는 것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당은 대선에서 질 수는 있지만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그 정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함은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의 패자였던 정몽준 전 대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몽준 전 대표의 경우 2002년 대선의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튼튼한” 지역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자신을 지켜줄 지역구가 없다. 그러니까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 ‘다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두 후보 모두 치킨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매번 대선 때 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결선 투표를 법제화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대선 후보 모두는 개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개헌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데 집중되고 있을 뿐 결선투표제 도입과 같은 대통령 선거 방식의 개선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 권력 분산도 중요하지만 결선투표제의 도입 역시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우리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할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결선 투표제는 당선된 대통령의 정통성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들을 보면 대부분이 전체 유권자 대비 30% 남짓한 지지율로 승리했다.

대통령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훨씬 못 미치는 지지를 받았다는 말인데 이래가지고는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지지율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도 결선 투표제의 도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결선 투표제 하나만 건져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엉망인 대선 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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