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계 수직구조, 그게 문제죠"

입력 2012-11-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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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영화감독과의 인터뷰

▲민병훈 감독
민병훈 감독은 신작 ‘터치’를 8일 개봉한뒤 일주일 만에 조기 종영을 결정했다. 대기업의 독과점 횡포가 만연한 한국영화시장에서 흥행이 불확실한 저예산 영화 ‘터치’는 교차 상영이라는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서울에서 한 곳을 포함해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교차 상영됐다. 심지어 오전 8시 40분과 밤 11시 30분 하루에 두 번 스크린에 걸리는 곳도 있었다.

“종영하기 전날 유준상, 김지영씨 두 배우와 통화 후 결정했습니다. 두 배우 역시 ‘우리 영화의 존엄성을 지키자’라며 제 뜻에 100% 동의해주었습니다. ‘터치’는 이렇게 내몰릴 영화가 아닙니다. 구걸하면서까지 상영하고 싶지 않았어요.”

민 감독은 영화계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는 소신 있는 선택을 했다. 이에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저 혼자만 살려고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점은 짚고 넘어가려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투자, 배급, 극장까지 이어지는 대기업의 수직구조, 쏠림 현상(대기업 자본 영화들의 관객수 상승을 위한 사재기) 등 다들 눈치를 보면서 겁내고만 있지 말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감독은 “대형 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제재하며 국가에서 중재에 나서고 있다. 영화계도 중재가 필요하다. 관객들의 볼 권리도 찾아 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국내 영화의 상영일수를 일정 기준 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한 스크린 쿼터가 실행되고 있고 예술 영화를 위한 예술영화 전용극장도 있다. 민 감독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 영화인도, 관객들도 낯설지 않게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계는 영화의 다양화를 주장하며 예술영화관을 만들었지만, 상업성이 없는 영화들이 낙인 찍혀 가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도 마니아들만 본다는 것이 문제죠. 일반 관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중은 재미있는 영화들만 주로 접했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은 낯설어해요. 올해 좋은 소설을 선정해 알리는 것처럼 영화도 올해의 좋은 영화를 선정, 새로운 유통시장이 개척됐으면 합니다.‘터치’가 선정돼 관공서나, 학교 등에서 상영 또는 소문을 통해 알려져 이름 만으로도 익숙해질 수 있다면 소자본 영화들을 낯설어하는 관객들이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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