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남윤원 아주그룹 홍보팀 과장 “쉼 없던 그 여인을 사랑합니다”

입력 2012-11-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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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7년째다. 서울사람으로 나름(?) 곱게 자란 한 여인이 장사꾼으로 활약해온 시간이다. 맨손이 편하시다며 한겨울 찬물도 거침없으셨던 한 여인의 손이 지나온 세월의 면면들을 말해준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본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이 이제는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환경, 위생문제로 전문업체에서 작업하지만, 그때만해도 닭을 직접 잡아 팔던 시절이었다. 가게 한쪽 벽면이 닭장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닭과의 동침’ 표현 그대로다.

한 여인이 꺾여진 닭의 목에 칼을 댄다. 곧바로, 털 뽑는 기계에 넣고 사정없이 돌리면 생닭이 말끔하게 정리돼 나온다.

한때 동네에서 장사 좀 됐다는 곳이니 만큼, 그 여인의 손에 죽어난 닭들이 수천 마리는 되지 않을까 싶다.

진귀한 옛 시간의 한 장면이다.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가정을 꾸린 지금의 나에게 그 장면은 이제는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멋 좀 부릴 줄 아는 여자가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던 환경치곤 너무나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명절 새벽녘까지 도란도란 지난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 여인의 한마디가 순간 내 마음을 “쾅!”하고 내려쳤다. 그 여인은 “장사 지긋지긋하지 않아요?”라는 남 속도 모른 질문에 “너희들 때문에 참았지…”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랬다. 왜 안 그랬을까.그 여인 역시 이런 환경이 야속하고 벗어나고 싶었을 게다. 그 여인도 놀 줄 아는 여자다. 하지만, 그 여인은 참고, 참고, 또 참았던 것이다.

연중 무휴. 내가 지켜본 그 여인의 가게 운영방식이다. 그 덕분에 외식, 가족 여름휴가는 달나라 얘기. 소풍, 졸업식, 군대면회 등 지나온 시절의 사진 속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여인은 없다.

큰 주문이 들어온 날이면 새벽부터 시작되는 그 여인의 일과는 늦은 밤 주문전화까지도 빠짐없이 살뜰하게 챙기며 끝날 줄 몰랐다. 일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돈만 생각하는 장사꾼인 줄로만 알았다. 줄기차게 원망하고, 불평했다. 지금까지도…

이제, 이 질긴 여정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듯 하다. 그 여인이 “가게를 내놓겠다”고 파격선언을 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족 모두가 “올레!”를 외쳤다. 얼마나 기다려온 말이던가.

환갑에 맞이할 그 여인의 새로운 인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몇몇은 평생 일만 해온 그 여인의 여가생활에 걱정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인은 보란 듯이 벌써부터 새로운 여정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동안, 가게에 얽매여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어린아이처럼 무척 설레인다는 그 여인.

질긴 여정에서도 오직 감사한 마음으로 삶을 지탱해준 그 여인의 사랑과 인내, 성실과 책임감,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쌓고 있는 새벽재단의 절절한 기도이야말로 이제는 켜켜이 쌓여 나에게 하나의 역사가 됐다. 그 여인이 헤쳐온 날들을 진정 존경하고, 그 여인의 질겼던 여정이 자랑스럽다.

난 그 여인이 있어, 정말로, 정말로,행복하고 무척이나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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