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중기 예산안 갈등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U 27국 정상들은 전날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의 예산안 합의를 위해 회의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겪는 남부 회원국들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경제사정이 비교적 나은 북부 국가 정상들은 부담을 더 짊어질 수 없다며 반발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7월 2007~2012년 예산보다 5% 늘어난 1조330억 유로의 중기 예산안을 제시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예산안 증액을 요구하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와 상대적으로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회원국 간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들의 예산안 의견 차이는 약 300억 유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내년 초 다시 정상회의가 소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사실에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예산안 협의는 원래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
반롬푀이 의장은 회의에 앞서 새 예산안을 EU 국내총생산(GDP)의 1%가 조금 넘는 9720억유로로 낮춘 수정 예산안을 제시했으나 영국 등은 1%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며 이를 따르지 않았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예산안 규모와 이의 분배를 놓고 중대한 견해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강한 견해차가 경고 신호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부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예산안 증액에 강력히 반대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스웨덴과 네덜란드, 독일 지지를 끌어내는 등 정치적으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