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수급을 맞추려 김장시기를 열흘 늦춰달라고 주문했던 정부당국이 본격 김장철을 맞아 머쓱해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이른 한파로 배춧값이 떨어지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유통업계와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23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특/10kg) 경매가는 1만846원으로 1주일전인 16일 9403원보다 15%, 9일 8663원보다 25.2% 상승했다.
작년 이맘때의 4238원에 비해선 2.5배로 오른 가격이다.
상품 등급의 배추(10kg)도 7948원으로 전주보다 5.3%, 작년보다는 190%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보통 등급 배추(10kg)는 6222원으로 전주보다 12.7%, 작년보다 244% 오른 상태다.
당초 이달 하순부터 배추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처럼 배추 가격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이달 중반부터 몰아닥친 초겨울 추위 때문이다.
한파로 인해 배추 물량이 줄어들고 속이 차지 않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의 당부에 따라 김장시기를 늦췄던 각 가정에서는 떨어지지 않는 김장배추 가격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주부 강모(52·여)씨는 "정부의 말만 믿고 김장시기를 늦췄는데 정작 김장을 하려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보니 여전히 배춧값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라있는 상태"라며 "지금 김장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8월말~9월초 배추 파종 적기에 초강력 태풍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파종이 열흘 정도 늦어지게 되자 김장을 열흘 늦추면 김장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소비자단체와 함께 `김장 늦춰담기' 운동을 벌여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파로 예상보다 배추 속이 차는 속도가 늦어져 배추 수확량이 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배추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