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불확실성 여전…내년 3% 안팎 전망치 줄이어= KDI는 지난 25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는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내놓은 내년 전망치 3.4%에서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정부의 전망치인 4.0% 보다 1.0%포인트가 낮다.
이런 전망은 내년에도 불확실성에 휩싸인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느릴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KDI는 유로존 위기 장기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상승 가능성, 미국 재정절벽 등을 하방위험을 키우고 수출과 투자 부진을 가속화하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대내적으론 부동산시장의 침체 장기화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설비투자는 내년 5.3% 성장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이는 올해 투자실적이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소비와 수출도 각각 2.7%, 6.5%로 올해보다 다소 개선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재정절벽의 전개상황에 따라 회복세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KDI 마저 내년 성장률을 3.0%로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정부를 제외한 주요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내년 경제전망은 3% 초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전망치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3.6%, 국회예산정책처는 3.5%, 한국은행은 3.2%의 성장을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3.3%), 현대경제연구원(3.5%), 한국경제연구원(3.3%), 산업연구원(3.1%) 등 민간기관들의 예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KDI 보다 더 낮은 2.8% 성장률이라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소비·수출 회복세 미약…‘저성장의 늪’ 현실화 =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6%, 올해 2%대 초반에 이어 내년에도 3%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경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 주요국 경기둔화 등 대외 불안요인으로 수출여건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세계경제 위기는 상시체제로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라는 진흙탕을 힘겹게 통과하며 성장동력이 서서히 식는 ‘머들링 스루(진흙땅 속을 지나간다는 뜻)’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실제성장률은 잠재성장잠재성장률을 밑돌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회생가능한 한계기업이나 가구에 대한 자금지원 등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