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송영군 크라우닝 이사 "음지에서 골프를 만드는 사람들"

입력 2012-11-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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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선수들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선수들이 캐디가 없을 때는 직접 캐디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야디지북(골프선수들이 코스 공략법을 적은 수첩)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보는 법을 몰라 다른 캐디들에게 묻기도 했다. 캐디를 하면서 야디지북이 얼마나 선수들에게 필요한 지 느끼게 됐다.

이후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국선수들이 대회마다 직접 코스북을 만드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공식연습일이나 대회 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야디지북이 없으면 선수들이 직접 거리를 확인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시간낭비는 물론 코스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후배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야디지북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라는 정일미 프로의 말이 와닿았다.

이후 선수들을 위해 경기 때마다 야디지북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현재까지 매 대회 코스를 돌며 야디지북을 만들고 있다.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첫팀이 나가기 전 서둘러 대회 코스에 나가 제작을 해야했고. 혹시 첫팀에 추월을 당하면 제작을 중단했다가 마지막 팀이 9홀을 넘어가는 오후 5까지 기다렸다 작업을 했으니 항상 늦은 저녁이 돼서야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제작된 야디지북을 2만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캐디들은 한권을 구입, 복사해서 나눠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상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단 몇 명의 선수를 위해서라도 포기해선 안 되겠다 싶었고 이내 다음 대회장으로 발길을 돌린 적도 많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야디지북 제작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매니지먼트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 대회 출전권을 가지고 있는 108명의 선수들과 친해졌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야디지 북이 어떤 노고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상실감이 함께 몰려오는 이유다.

하나의 대회를 위해 음지에서 고생하는 관계자들이 무척 많다. 구슬땀을 흘린 만큼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따듯한 격려라도 받으면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KLPGA 연말 대상시상식에 공로상을 받으러 올라가는 엉뚱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씁쓸해 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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