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대풍수 배민희 "왕후연기 언제 또 해보겠어요"

입력 2012-11-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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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대풍수’ 첫 회, 원나라 사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연기자가 있다. 바로 배민희다. 낯설지만 익숙하다. 2012년 영화 ‘화차’의 호두엄마였고 드라마 ‘유령’의 혜람이었다. 맡은 배역마다 색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연기자지만 인지도와 직결돼 스스로는 고민이라고 말한다.

◇‘대풍수’, 왕후를 연기하다.

배민희는 1997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필모그라피를 들여다보니 작품의 수도 종류도 다양하다. 그 동안 주조연으로 안 해본 역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배민희에게 드라마 ‘대풍수’는 이용석 감독과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더불어 역할의 경중을 떠나 왕후를 연기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드라마다.

“여배우가 평생 연기하면서 왕후나 공주를 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했어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생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역할의 비중이 크고 작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올해 배민희 뿐만 아니라 ‘신의’의 박세영 역시 노국공주 역할을 했다. 앞서 영화 ‘쌍화점’의 송지효, 드라마 ‘신돈’의 서지혜도 노국공주로 분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배민희표 노국공주를 위해 모니터링을 하며 차이점을 찾고자 했다.

“‘신의’의 노국공주는 공민왕과의 사랑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주요 포인트였어요. ‘대풍수’의 노국공주는 이미 공민왕하고 사랑으로 마음이 합쳐진 상태니 왕을 사랑하는 동시에 정치적 조력자 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소리를 지르거나 악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카리스마로 왕을 지켜주는 여성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역사 속 노국공주는 아이를 낳다 사망한 인물이다. 극 중 노국공주의 임신은 배민희의 하차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표다. 드라마의 부진한 시청률에는 걱정하지 않는다. 결국은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으며 마무리 할 것 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의무가 돼버린 ‘연기’, 대학원에서 길을 찾다

원래 연기자를 꿈꾸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사진작가인 엄마 친구의 권유로 찍힌 사진 덕에 화장품 광고를 찍었다. 학생으로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을 가졌다. 당시 한국에 들어온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의 첫 모델이었고, 펩시맨에게 피자를 건네던 소녀가 배민희다. “한 때는 아버지보다 수입이 더 좋았다”라며 그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KBS 공채 탤런트가 됐다.

“화장품 모델 할 당시엔 어린마음에 예쁜 화장해주고 돈도 주고 화장품도 주는 게 마냥 좋았어요. 늦게 끝나면 학교도 안가고 재미도 있었죠. 고등학교 땐 우연히 공연에 빠져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처럼 오디션이 많거나 기획사가 많던 시절이 아니었고 사기꾼도 많았어요. 그래서 공채 탤런트에 지원했어요. 합격했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그 당시 전 고등학교 3학년이었거든요. 탤런트도 되고 중앙대도 특차로 입학했어요. 연기자 정석의 길을 걸었던 거죠”

좋은 출발이었다. 1997년 슈퍼탤런트 시청자 인기상을 시작으로 2000년 KBS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아침, 일일, 주말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유명세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기계처럼 연기했다. 의무가 돼버린 연기가 고약하고 곤혹스러웠다. 계속 되는 일에 치여 문득 평범한 삶을 꿈꿨다. 다시 연예계에 돌아오지 않겠다라는 각오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연예계 일을 하다 보니 학교 다니면서 술도 먹고 연애도 하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싶었어요. 이제 연예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차도 팔았어요. 그 때 처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지하철을 타니깐 재미가 있더라구요. 처음엔 지하철 승객들의 체취에 충격을 먹었는데 나중엔 저 아저씨는 얼마나 힘들게 일 했길래로 바뀌더라구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를 느꼈어요. 배우였을 땐 몰랐던 것들을 경험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좋아했던 일이 연기라는 것도 새삼 깨달아 3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대학원 생활을 통해 배민희는 새로운 삶을 경험했다. 실직자의 마음도 느껴봤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 되기도 했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사실 배민희는 유명세에 대한 욕심이 없다. 데뷔 당시 주목받는 스타였기에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 한 번 드러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연예인 마인드가 없다고 표현한다. 드라마 속 화려한 모습과 달리 성격도 굉장히 털털하고 꾸밈이 없었다. 소속사 회식 때 민낯으로 나타나 사장님이 메이크업좀 받고 오라고 할 정도로 평소엔 수수하게 다닌다고 한다.

연기자는 많다. 반짝이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스타도 많다. 배민희는 그렇게 명멸하는 스타가 아니다.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 역할을 찾지도 않는다. 그저 아줌마 역할을 맡을 땐 진짜 아줌마로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하려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청자 뇌리에 녹아드는 연기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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