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 ‘특허’로 생존경쟁 나섰다

입력 2012-1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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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익 한계…기술이전 통해 수익 창출

의료서비스(진료) 중심으로 운영 돼 온 국내 의료현장에서 ‘생존경쟁’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 세브란스, 삼성서울 등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돈’으로 연관 짓지 않았던 기술개발 성과를 수익 창출로 접목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진료와 검진 수익만으로는 덩치가 큰 병원을 경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나온 의사들의 학술적 성과 대부분은 일반에 공개 돼 버리기 때문에 이 연구성과들을 ‘수익’과 연결시키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이런 의학적 성과에 대해 ‘특허’를 통해 상업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적극적이고 굵직굵직한 성과들을 내놓고 있는 곳은 세브란스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6일 병원의 특허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하기 위한 ‘특허박람회(제1회 세브란스 Patent Fair)’를 개최하고 세브란스가 보유한 700여건의 특허기술 중 산업체에 이전이 가능한 기술 27개를 전시했다.

이날 업계에서는 GSK, 사노피아벤티스, 얀센코리아,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LG생명과학, 셀트리온 등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회사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이 1996년부터 출원한 전체 특허수는 657건(국내 502건, 국제 155건)에 달한다. 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기술이전한 전체 기술이전 건수는 49건으로 누적계약은 347억원이다.

주요 성과를 살펴보면 △심혈관계질환 치료 후보물질(큐라캠, 150억원 계약) △줄기세포의 신경세포 분화 기술 등(바이넥스, 50억원) △혈관 누출 차단제 후보물질(한독약품, 60억원) △줄기세포의 인비보 이동 유도방법(테고사이언스, 46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노스웨스턴대학이 원천 기술로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 1980억원과 비교할 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기술료 수입은 투입한 연구비 대비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세브란스병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누적 특허 출원수는 설립 이후 약 300개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JW중외제약과 표적항암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지난 1월에는 녹십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년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르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송시영 세브란스 의과학연구지원처장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의대(기초학교실)가 같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세브란스가 우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연구 논문 중 10%는 특허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여러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인프라가 형성되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의료현장과 대학, 산업체, 연구기관이 유지적으로 연계돼야 하며 특허는 논문보다도 내기 쉬운데 얼마만큼 유용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수장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제약사나 의료기기 시장이 활발히 돌아가야 하며 큰 의미에서 중소기업 육성과 대기업과의 상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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