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0년]수익금 공익사업에 쓴다는데… 로또사업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2-11-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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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은 역사적으로 로마황제들의 놀이부터 전쟁, 국가의 중요한 재원으로 폭넓게 활용돼 왔다. 중세뿐 아니라 근세를 지나 현대까지 복권의 기금은 사회기반시설과 명문대학 건립에 한 몫을 하는 등 사회발전의 유용한 수단으로 쓰였다. 우리나라도 2004년 복권기금 설치 이후 매년 2조가 넘는 수익금을 각종 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커다란 기금규모에 비해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행법정배분제의 문제점, 복권의 준조세화, 복권재정의 예산화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의 복권기금운용 = 해외의 복권기금은 국가마다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은 오랜 역사적 배경을 통해 나름의 방안을 구축했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박과의 차별화를 위해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교육이나 공공시설 등 사회서비스를 위한 특정재원으로 사용한다. 그 용도는 주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관광, 노인복지, 경제발전 등에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영국은 법률로 수익금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판매수익은 국립복권분배기금(National Lottery Distribution Fund)에 납입해 특정 공익목적 사업으로 배분한다.

일본은 지역별 판매액, 자치단체의 규모, 인구수 등을 감안해 배분·사용한다. 프랑스는 1978년 ‘La Francaise des Jeux’라는 준공영회사가 설립돼 복권의 발행과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기금운용 시행 8년…배분제, 이중지원 문제 산적 = 현재 우리나라의 복권기금 운용은 판매수입금 중 약 50%는 당첨금으로 사용되된다. 10% 정도는 복권의 발행 및 판매 등에 소요되는 제 비용에 충당하고, 나머지 40%를 복권수익금으로 기금사업의 재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국회예산정책처는 ‘복권의 기금운용과 복권사업 운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법정배분제도와 관련해 △재원배분의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기금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며 △기금조성 취지와 달리 집행되거나 불용액이 발생해도 환수장치가 없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기존의 복권사업에 대한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법정배분제도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해왔던 기존의 형식 그대로 제도화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원배분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고 복권수익금의 일정부분이 필요성, 우선순위 등에 대한 면밀한 심사 없이 배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자적인 재원 조달수단과 여력이 있는 기관조차 법정 배분액을 의무적으로 받기도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복권기금을 조세수입과 같이 일반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복권기금의 운용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복권 및 복권기금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쓰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세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기획재정부에서 들어오는 기금을 각 부처에 나눠줘 재정사업을 하고 있다.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집행되는 사업은 공익사업과 거리가 멀다”며 “복권은 궁극적으로 사행사업의 일종인데 여기서 나오는 기금을 재정과 같이 사용하면 정부는 국민에게 더 많이 권하고 팔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일기관의 유사사업에 법정사업과 공익사업으로 나누어 지원하면서 이중지원의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명시적 환수규정이 없어 공익사업과 달리 환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판매상의 문제점도 엿볼 수 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서는 복권의 판매에 여러 규제를 두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006년부터 위반행위의 지도·단속권한은 기초지자체로 위임됐으나 당해 79 건이던 단속실적은 이듬해인 2007년 30 건, 2008년 35 건으로 급감했다. 또 1인당 한 회 판매액수를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고 파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개선방안은 = 국회예산정책처는 복권기금이 저소득·소외계층 지원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일반재원 지원대상과 차별화된 고유의 목적사업으로 선정하며, 이는 일반국민의 가시성과 수용도가 높은 사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복권수익금 배분 대상과 비율 원점에서 재검토 △복권기금사업 선정의 합목적성 제고 △법정배분율 가감조정제 운용의 적정성 제고 △자체사업에 대한 성과관리 강화와 책임성 제고 △국민주택기금에 대한 수익금 배분비율 재검토 등을 개선방안으로 언급했다.

또 운영체계와 관련해서는 △정부 산하의 공법인 형태로 운용하는 방안 △정부 인가를 받은 민간회사의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한편 장기적으로 복권수익금을 지방재정 확충에 활용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방재정 확충방안의 일환으로 재원의 지방이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세진 사업평가관은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복권을 중앙정부에서 운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전체 기금액도 공익사업에 쓸 만큼이 되지 않는다. 기존 운용하던 사업에 쓸 수밖에 없는데, 어차피 각 부처에서 나눠 먹기 식으로 할 바에야 지자체에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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