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소비둔화로 이어져 내수 위축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기존 4.0%에서 3.1%로 낮춰잡으며 대내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민간소비에 부담을 주는 가계부채 축소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이날 자본유출입 확대와 가계부채가 내년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구원 관계자는 29일 “내년 가계부채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저소득층·고령층·자영업자·다중채무자 등 특정 부문의 취약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총 93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3분기 증가율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했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1.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내년에도 빠른 경기회복세가 기대되지 않은 가운데 가계 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28일 “현재의 가계부채는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박재완 장관도 가계부채를 ‘만성 당뇨병’에 비유하며 “가계부채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연체율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높지 않아 가계부채가 경착륙하거나 시스템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경제에 미칠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경기급랭을 막을 만한 정책가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 금융기관의 총액대출 한도를 억제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려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