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보고 듣고 느끼고… “나는 알몸 나그네”

입력 2012-11-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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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과 경기 과천 같은 듯 다른 전통의 맛

▲(사진왼쪽)문경새재·석탄박물관 등 체험학습장이 산재한 경북 문경. (사진 오른쪽)사진은 문경새재 드라마 세트장.전통과 과학이 공존하는 경기 과천. 사진은 경기소리 전수관 임정란 관장의 공연 장면.(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은 설렌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맛보며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나기 전 설렘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한다. 단지 보고 듣고 맛보는 여행으로는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없다. 여행의 설렘을 좀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함께 해야 한다. 그저 훑어보며 지나치는 여행은 몸과 마음이 분리된 여행이다.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여행이야 말로 몸과 마음이 하나된 여행이다. 절대 후회 없는 여행이기도 하다.

체험하고 싶다는 것은 그들과 하나이고 싶다는 뜻이다. 그들을 느끼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느끼고 싶다면 그들 앞에서 알몸이 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수치심도 없어진다. 스펀지처럼 새로운 문화를 흡수할 뿐이다.

알몸으로 여행하기 좋은 곳은 경북 문경이다. 알록달록 고운 색감과 다양한 문양의 전통 의상을 골라 입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통문화가 뿌리 깊숙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문화유적지는 문경새재다.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넘던 문경새재는 예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레킹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됐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매치시킨 옷을 입고 싶다면 경기 과천이 좋다. 대부분 사람들은 과천하면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등 테마파크를 떠올린다. 그러나 과천은 원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학습의 도시’다.

경기 지방의 향토적 색채와 서울 지역의 창법이 혼재한 경기아리랑이 꽃을 피운 곳이면서 세계적 수준의 첨단 과학관으로 자리 잡은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유명하다.

결국 두 여행지는 전통문화체험에 있어 이색적인 맞수다. 특히 문경에는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인기다. 읍내에서 대야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인 가은읍에는 의병대장 운강 이강년의 기념관과 함께 문경석탄박물관이 있다. 문경석탄박물관에서는 폐광을 활용한 실제 갱도 체험은 물론 탄광마을과 광차도 볼 수 있다.

다시 과천으로 올라가 보자. 과천을 대표하는 전통체험장은 경기소리전수관이다. 이곳은 경기도무형문화재 31호로 지정된 경기소리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국악 강좌를 개설, 전통 소리 체험장으로 인기다. 예부터 과천에는 국악의 명인이 많았다. 그중 일제강점기에 ‘대동가극단’을 창단해 전국 순회공연을 펼친 임종원이 있다. 임종원의 증손녀 임정란 명인은 경기소리 보유자다.

전통문화 체험 후에는 머리도 식힐 겸 주변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아보자. 약돌한우와 약돌돼지고기는 문경의 대표 특산물이다. 식사 전후에는 문경온천에 몸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긴다. 문경온천은 중탄산과 알칼리 온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폭넓은 효능을 자랑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문경전통시장과 문경오일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천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머신여행이 묘미다. 지금까지 전통체험 일색이었다면 이번에는 서울대공원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첨단과학과 미래체험을 하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램프코어 중앙에 우뚝 선 백남준의 비디오탑 ‘다다익선’은 관람객을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울대공원 내 저수지 위를 통과하는 스카이리프트나 코끼리열차에 몸을 실으면 초겨울 정취에 마음을 사로잡힌다. 세계적 수준의 첨단 과학관으로 자리 잡은 국립과천과학관은 규모에서 관광객을 압도한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꿩 먹고 알 먹고, 여행하며 전통문화체험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 여행지 경북 문경과 경기 과천. 알몸으로 다가가도 알록달록 고운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곳. 이곳을 여행할 때면 누구라도 알몸 나그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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