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성곽길은 축성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코스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제주 올레길 못지않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 자연, 그리고 서울의 600년 역사를 동반 삼아 걸을 수 있는 ‘서울 성곽길’이 그곳이다.
서울 성곽길은 ‘역사 순례’라 해도 좋을 정도로 600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600년 서울의 삶을 품어온 성곽길에는 낙산공원, 와룡공원, 삼청공원, 남산공원 등 10곳이 넘는 녹지공원과 국보 1호 숭례문, 보물 1호 흥인문을 포함해 170개에 달하는 문화재가 성곽을 따라 산재돼 있다.
한양 성곽의 역사는 태조 4년(1395년) 도성 축조의 명을 받은 정도전이 서울의 내사산(內四山)인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 남쪽의 목멱(남산), 북쪽의 백악(북악산)을 실측하고, 이 네 산을 연결하는 성터를 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방대하고 시급한 사업을 농한기에 완성하기 위해 이듬해 정월부터 11만8000명이 동원돼 시작된 공사는 1396년 숭례문을 시작으로 다음해 4월에는 홍인문의 옹성이 완공되며 끝났다. 그후 27년이 지난 세종 4년에는 전국에서 약 32만명의 인부와 2200명의 기술자들이 동원돼 흙으로 쌓은 성곽 일부를 모두 돌로 바꿨다.
▲성균관대학교 후문 와룡공원에서부터 시작한 북악산 성곽길은 가파르지도 않고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하이킹하기에 딱 알맞은 산책길이다.
당시 한양의 인구가 약 1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공사였다. 그러나 한양 성곽은 일제 때인 1915년 근대화에 방해가 된다는 명분으로 크게 훼손됐다. 그 뒤 서울시가 1975년 복원계획을 수립해 2.570km를 복원했으며, 현재 5개 구간 11.56km의 구간이 복원 중에 있다.
▲한성대역에서 올라 처음 만나는 낙산공원 성곽탐방로 입구.
성곽이 끊어진 탓에 과거처럼 하루 일정으로 성곽길을 다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성곽길은 동서남북 네 개의 산 주변을 따라 크게 4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코스마다 진출입로까지의 접근이 쉬워 위치와 상황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작심하고 종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1,2개 코스를 연계해 걷는 게 건강과 함께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곽길 탐방과 함께 보너스로 즐길 수 있는 광화문 야경.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까지 서울 성곽길을 걷다 보면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간다. 그 옛날 이 성곽을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노고가 있었을지, 상상만으로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요 며칠 초겨울 한파가 계속된다고 한다. 날이 좀 풀리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마치 소풍을 가듯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