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새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15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무르시는 이날 제헌 의회로부터 새 헌법 초안을 넘겨받은 뒤 “새롭게 탄생할 민주주의를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과도기가 끝나도록 이집트의 중요 문제에 대해 정직함과 공정함을 갖춘 진지한 국민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집트 제헌 의회는 지난달 30일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스트 등 이슬람주의자들이 대거 참석해 표결이 이뤄진 가운데 새 헌법 초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제헌 의회 의원 100명 중 기독교계와 자유주의 진영 의원들이 불참해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날 카이로에서는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그룹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이번 집회에는 약 20만명이 집결해 무르시의 사진과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지지를 과시했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주축이 된 집회 참가자들은 카이로대 주변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한다”·“사회 안정과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무르시 지지 시위가 열렸다. 이곳에서는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간 잠깐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야권과 자유주의 세력이 최근 1주일간 새 헌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것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 짙다.
이집트 각지에서 발생한 무르시 반대 시위는 타흐리르 광장 등에서 9일째 계속되고 있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지난달 30일 20여만명이 모여 무르시의 새 헌법 선언 철회를 촉구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령과 선언문이 최종적인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이집트 야권과 일부 지식인들은 이 선언문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준 ‘현대판 파라오 헌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에서 헌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의 이슬람 주의 세력과 시민혁명 과정에서 공헌한 자유주의 야권 진영 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1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이집트와의 정치·경제 협력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슐츠 의장은 이날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쿠데타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집트에 다원적 민주주의가 없는 한 정치·경제 협력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