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산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국내 기업들은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가 하면 신·증설 투자를 무기한 보류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나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시장의 장기 침체로 국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전방산업에 속한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부문은 국내 1위 업체인 OCI를 제외하고 2~3위 업체들의 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2위인 한국실리콘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이틀 만에 최종 부도처리됐다. 만기 어음 80억원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월 웅진폴리실리콘은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31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중 일부를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지자 오명 웅진에너지 회장은 지난달 19일 웅진폴리실리콘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경북 상주에 연산 7000톤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내 3위 업체다.
일부 공장만 돌리고 있는 KCC는 최근 2달 새 총 4건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해지됐다. 10월말 글로실(1954억2900만원), 엔리에너지(1379억2800만원), 칼테크세미(409억4000만원) 등 3건의 공급 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세미머티리얼즈와의 937억9000만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이 취소됐다. KCC는 지난해 말 연산 3000톤 규모의 대죽 공장의 문을 닫고 현대중공업과 합작한 KAM 공장(연산 3000톤)만 정상 가동 중이다.
내년에도 태양광 업황 개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한차례 폴리실리콘 신규 투자를 미룬 바 있는 LG화학은 내년에도 신규 투자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광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공장에 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결정한 이후 업황 부진을 이유로 6개월 만에 잠정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온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퇴출이 본격화되고 투자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상황 역시 장담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고 소진에 급급할 만큼 공급량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의존도가 높은 특성상) 각국 정부의 지원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