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양적완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통화기금(IMF)이 외국인 자본유출입 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자본이동을 초래하게 만든 원인 제공국의 역할도 강조함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추가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국제적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IMF는 4일 ‘자본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시각(Institutional view)’ 보고서를 통해 자본이동관리(CFM·Capital Flow Management)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고 CFM 도입 시 고려할 기본원칙을 제시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전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그동안 자본자유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돼왔으나, 완전한 자본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자본자유화의 편익은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적절한 금융규제 감독이 수반되지 않는 자본자유화는 경제 내 변동성 및 취약성을 증폭시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IMF는 자본자유화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국이 전반적인 자본자유화 기조 하에 CFM을 일시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F는 특히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한국을 자본자유화의 우수사례로 언급했다. 그동안 한국은 자본자유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그 과정이 자본자유화에 대한 IMF의 통합적 접근에 부합한다는 것.
IMF는 먼저 자본유입관리 방안의 예시로 브라질의 외국인 채권투자 및 해외 차입에 대한 과세, 인도네시아의 중앙은행채 보유의무 기간 설정, 한국의 선물환포지션 제도 등을 열거했다.
자본유입관리 방안 도입 원칙으로는 △거시경제정책 우선 고려 △경제 내 교란 최소화 △거주자-비거주자 간 차별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다만 자본유입관리 방안의 정책효율성 달성을 위해서는 거주자-비거주자 간 차별이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며 차별적 규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가능성도 열어 놨다.
자본유출관리 방안으로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및 해외자금송금에 대한 제한 △비거주자의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제한 △거주자 여부에 상관없이 실시하는 제한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자본유출관리 방안은 위기 또는 위기가 임박한 상황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거시경제정책을 대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IMF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CFM 방안 도입 국가뿐만 아니라 자본이동을 초래한 국가(source countries)의 역할도 역설했다. 자본이동 발생국은 자국의 통화·거시건전성 정책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전이효과(spillover)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는 지나친 자본 유출입에 맞선 신흥국의 규제 도입에 맞춰졌던 논의의 초점이 자본 흐름 관리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IMF는 이번 보고서를 기반으로 CFM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