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회장 밀항자금 인출' 우리은행 수십명 징계

입력 2012-12-0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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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직전 중국 밀항을 시도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도피자금 인출 등과 관련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당국의 징계를 받게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 검사에서 적발한 사항에 대한 징계안을 논의한다.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정기검사한 금감원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추가로 특별검사에 착수, 두 사안을 묶어 이번에 제재심의위에 넘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영업정지 사흘 전인 5월 3일 오후 5시께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203억원을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서 찾아갔다. 그는 4시간 뒤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밀항을 시도하다가 체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내규에 따라 3억원 이상의 거액이 인출되면 자체 상시감시 시스템으로 걸러내야 하는데, 김 전 회장이 돈을 찾을 때는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인출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계좌 비밀번호도 마음대로 바꿨다"며 "우리은행이 내부 통제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고 지적했다.

제재심의위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관련자 징계를 건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전 회장의 도피가 무산되고서 인출 자금이 회수된 점 등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의 도피 자금을 포함해 우리은행 검사에서 적발된 내부 통제의 문제점 등을 근거로 기관과 임직원 수십명을 징계하는 방안을 제재심의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 통제의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특정 업체에 간판 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본사 간부가 면직됐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은 전ㆍ현직 직원이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뇌물이나 횡령 사건은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처벌해 이번 제재심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른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장기 시도에도 실패한 민영화를 꼽는다.

공기업 `타성'에 젖어 조직 기강이 해이해지고 고위 임원은 정치권 '줄 대기'에 몰두한 탓에 각종 비리와 범죄가 빚어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내부 통제나 위험 관리 수준이 제1금융권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인 것 같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씨티은행은 불공정한 대출 약관으로 민원을 유발한 점 등이 문제 돼 임직원 수십명이 징계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심의는 검사에 착수한 지 200일 넘게 지난 `장기미제' 사안을 올해 안에 해결하도록 한 내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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