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태블릿PC 특허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의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6일(현지시간) 특허침해 소송 1심 최종심리에서 “사안이 너무 많고 복잡해 질문할 것이 많다”고 전해 지난 8월 배심원단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 판사는 “사안별로 차례로 판결할 계획”이라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이달 중 판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배심원단은 앞서 지난 8월 삼성이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10억50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고 판사의 이날 발언은 삼성에게 향후 재심이나 평결을 뒤집는 것은 물론 평결에서 내려진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 기회를 얻게 됐다는 평가다.
고 판사는 애플 측에 “배심원단이 결정한 삼성의 손해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시켜 보라”고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삼성은 이날 심리에서 배심원단이 배상금을 산정할 때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평결에서 갤럭시 프리베일 제품과 관련해 이익금의 40%인 5786만7383달러의 배상금을 매겼다”면서 “이는 배심원들의 실수로 특허사용료의 50%로 배상액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주장은 실용(기술·소프트웨어)특허를 침해했을 때 부당이익 환수를 적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미국 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 외에 ‘탭투줌’ 특허의 침해 여부가 모호하고 특허 중복이나 특허 인지시점 등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 측은 이를 바탕으로 배상액 10억5000만 달러 중 9억 달러가 잘못 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껴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가려는 의도를 보였다”면서 5억3600 달러를 추가로 물려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민사소송에서 가해자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를 했을 때 실제 손해의 세 배까지 배상액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른 것이다.
애플의 이런 주장은 배심원들이 앞서 평결에서 삼성이 6건의 특허를 침해했고 이들 중 5건의 특허 침해가 의도적(willful)인 것이라고 명시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날 고 판사가 손해배상액을 줄이려는 의도를 내비친 만큼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