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위기가 무사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관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면 미국 경제의 회복 역시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10월 미국 잠정주택 판매지수가 전월보다 5.2% 증가한 104.8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판매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계약은 했으나 아직 대금 지급이 마무리되지 않은 주택 판매를 집계한 것이다.
고용시장은 11월 실업률이 7.7%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경제가 내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은 2.0%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금융 컨설팅 회사인 마리아피오리니라미레즈(MFR)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 등 경기부양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캐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경제는 지금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내년 들어 경제는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지만 중요한 점은 완만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재정절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제조업지수가 지난 9월의 51.7에서 49.5로 하락하며 2009년 7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 7월 제조업지수는 49.2였다.
ISM 제조업 지수는 기준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앞서 10월 미국 개인 소비지출도 전월 대비 0.2% 하락해 계속되는 경제 불안에 소비 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0.0%를 밑도는 것이며 5개월 만에 첫 하락세였다.
결국 열쇠는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 간 협상에 달렸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의회 지도자들에게 연락해 경제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줄 것을 당부할 만큼 재정절벽 해결을 위해 열을 올렸다.
그러나 양측간 정책적 대립이 극심해 협상은 고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절벽 해결책으로 10년간 1조6000억 달러 증세와 정부지출 4000억 달러 삭감 등을 공화당에 제안했다.
이에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부자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백악관은 협상을 통해 공화당이 연방부채 상한을 늘려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건강보험과 사회복지제도를 수정할 것을 원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재정절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조속히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재정절벽 해결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재정절벽(Fiscal cliff)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미국은 올 연말 끝나는 세금감면 정책 시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급증하고 정부 지출이 자동으로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