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열전] 뮤직슈퍼바이저 최인희

입력 2012-12-13 07:25 수정 2013-04-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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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배경음악 쥐락펴락한 재주꾼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에 맞춰 남녀 주인공이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걸어오다가 중간 지점에서 마주친다. 순간 음악은 끊기고 자동차 경적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날 것 그대로 TV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리고 다시 음악…

마루(송중기)가 은기(문채원)를 대신해 칼에 맞고 쓰러진 ‘착한남자’ 마지막회는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그 장면에서의 70% 이상의 긴장감은 흘러나온 음악의 역할이라고 해도 억지 평한다는 비난은 면할 만하다.

서울 여의도의 작은 작업실에서 만난 최인희(40) 씨는 이제 막 KBS ‘착한남자’와 ‘울랄라 부부’ 음악 작업을 마치고 또 한 편의 드라마 음악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토록 풍부한 감성을 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의 손을 거친 드라마 음악은 강렬했다.

“드라마 음악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마치 같은 옷을 다른 사람이 입었을 때 풍기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드라마 음악 역시 어떤 사람이 영상에 음악을 입혔느냐에 따라서 180도 달라지거든요. ‘착한남자’는 쥐었다, 놨다하는 긴장감을 주는데 주력한 작품이었어요. 특히 마지막회에서 마루가 은기 대신 칼에 맞는 장면은 내가 했지만 압권이었죠.”

이미 작업을 마친 ‘착한남자’를 회상하는 그는 “드라마 음악의 매력은 예측할 수 없다는데 있다”고 말한다. 이를 테면 송중기가 부른 ‘착한남자’ OST ‘정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막상 영상에 곡을 입히고 보니 어린아이 같았던 송중기의 맑고 정직한 노래가 그토록 영상과 잘 맞아 떨어졌다.

드라마에서 최인희 씨의 역할은 완성된 드라마 영상을 본 후 그에 맞는 음악을 입혀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음향효과와 음악은 다르다. 음향효과는 전화벨소리나, 문 두드리는 소리 등 이미지적인 데 음향을 입히는 일이고 음악은 영상에 걸 맞는 음악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음악감독이란 OST를 포함해 전체 음악 적인 부분을 디렉팅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역 자체가 모호하게 구분되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드라마 한 편의 음악을 진두지휘하고서도 마땅한 호칭을 붙이기조차 애매한 게 드라마 음악 영역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음악 담당을 뮤직 슈퍼바이저라 일컫고 있으니 편의상 뮤직슈퍼바이저라고 이름 붙여본다.

올해로 15년 차를 넘어선 최인희 씨는 지금은 고인이 된 임택수 음악감독 밑에서 일을 시작했다. 드라마 음악을 하기 위해 특정한 과정이 없는 것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지만 열정과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카데미에서 영상음악을 배웠지만 취업이 보장되는 게 아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드라마 음악 영역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 분야에 있는 경력자들을 찾아서 배우면서 버텨내야 한다는 맹점이 있어요. 이 분야가 순환이 빠른 곳이 아니기 때문에 선배들의 영역이 워낙 넓고 견고해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찾아가서 보수 없이 배우면서 버티다가 운이 닿으면 작품을 맡게 되는 형태에요.”

구체적인 입문 과정과 보장된 수입이 없다는 점에서는 여느 드라마 스태프 영역과 다를 게 없지만 특히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게 최인희 씨의 설명이다.

“보통 20부작 드라마 한 편을 전담으로 맡아서 마무리를 했을 때 1000만 원 가량의 수입을 얻을 수 있어요. 잘나가는 사람들은 일 년에도 여러 편의 드라마를 하니까 수입이 나쁘지는 않은 편이죠. 하지만 그 이전에는 누구도 일의 양이나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없어요. 저만해도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렇다 할 수입이 생긴 거예요. 그 이전에는 백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생활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잘 버틴다고 버텨도 2~3년을 넘기기가 힘들죠.”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는 음향효과, 드라마 음악에 대한 일반의 로망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예비 취업자들이 드라마 음악에 관심을 보이지만 밤샘 작업이 일상인 노동 강도를 못 버티기 일쑤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많이 듣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해요. 작곡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음악에 대한 디렉팅은 가능하기 때문에 옆에서 보고 배우면서 실력을 쌓아갈 수는 있지요.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배들조차도 그들의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후배들을 잡아줄 명분이 없어요. 다만 그들의 열정과 집념에 기댈 뿐이지요.”

업계의 명맥을 이어갈 만한 후배 양성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최인희 씨는 그래도 당부한다. “목표의식을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결과에만 연연하지 마세요.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분명히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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