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사라져 가는 시간의 흔적

입력 2012-12-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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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앞둔 회현 제2 시민아파트

▲초겨울이지만 한파가 몰아친다. 대낮인데도 복도는 어둡고 더욱 춥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트는 더 추워질 것 같다.
서울에 남아있는 최고령 아파트 중 하나인 ‘회현 제2시민아파트’, ‘회현 제2시범아파트’라고도 알려진 이곳은 박정희 정권 시기인 1970년 5월에 지어진 시민아파트 중 하나로 당시 건설된 서대문구 충정로 금화시민아파트와 함께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폭설이 내리는 오후. 누군가 눈길에 글을 남겼다. ‘아직도’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많이 알려진 이곳은 주말이면 ‘사라지는 시간의 흔적’을 담으려는 관광객과 학생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색다른 냄새를 풍긴다.

워낙 오랜 역사를 지녀 건물 곳곳이 낡고 부서져 있지만 여전히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아 생활하는 이들이 있다.

▲언젠가 이곳에서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을 놀이터.
하지만 이곳도 언제가 될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4년 재난 위험 시설물 D급으로 지정돼, 서울시가 2006년 1개동 352가구를 철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와 주민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커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2013년을 십 여일 앞둔 지금도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그 사이 적지 않은 세대들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이제 아파트에 남은 가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때 이른 강추위가 찾아온 초겨울에 사람들의 온기마저 점차 사라져가 대낮인데도 복도는 어두워 공기는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한 때 아이들이 뛰어놀던 자리는 차갑게 쌓인 눈에 덮여 간다.

▲시와 주민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많은 피해를 입는 쪽은 누구일까?
사계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남산을 배경으로 남대문 시장과 명동 등 서울의 중심을 가까이에 둔 ‘명당 중 명당’인 이곳이 철거 되면 과연 어떤 것이 들어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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