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경기 의상을 선택하는 것도 일이다. 특히 여자선수들은 샷 대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패션경쟁이다. 선배 선수가 자신과 의상 콘셉트가 겹친다는 이유로 후배를 불러 콘셉트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일도 있을 정도다.
올해 KLPGA투어 개막전 우승자 이예정(19·에쓰오일)은 “선수들끼리 의상이 겹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어떤 옷을 입을지 미리 공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도 어김없이 패셔니스타는 배출됐다. 미녀골퍼 신드롬을 일으킨 김하늘(24·BC카드), 김자영(21·넵스)을 비롯해 안신애(21·우리투자증권), 양수진(21·넵스) 등이 베스트드레서 후보에 오르며 상금왕, 대상 부문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치열한 경쟁 속에 올 시즌 베스트드레서의 영광은 신장 172㎝의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윤채영(25·한화)에게 돌아갔다.
평소 뛰어난 패션 감각을 선보이며 ‘필드 위 패셔니스타’로 자리매김한 윤채영은 올해 아디다스골프와 의류 계약을 체결했다. 레깅스에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컬러풀한 팬츠를 감각적으로 스타일링해 매 경기 개성 있는 골프 룩을 연출했다.
같은 의상이라도 풍기는 이미지는 달랐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왠만한 선수라면 소화해내기 힘든 스타일이지만 윤채영이기에 돋보였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윤채영은 올해 원색 컬러와 슬림한 라인이 부각되는 의류를 즐겨 입는 등 신세대적인 감각을 충분히 발산했다는 평가다.
비록 베스트드레스는 아니지만 김자영의 필드패션은 시즌 초반부터 화제였다. 여성스러운 외모와 가녀린 체구만 놓고 보면 김자영은 귀엽거나 화려한 스커트를 즐겨 입을 듯하다. 그러나 김자영은 골프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씩 치마를 입고 출전하면 오히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치마를 즐겨 입는 골퍼는 김하늘이다. 김자영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치마를 피했지만 김하늘은 바지보다 치마가 경기하기 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컬러풀한 색상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좋아해 매 대회마다 개성넘치는 의상으로 주목을 받는다. 김하늘은 또 큼직한 액세서리와 길게 늘어뜨린 귀고리로 여성미를 더하는 등 과감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안신애(22·우리투자증권)는 ‘섹시퀸’이다. 탁월한 몸매를 바탕으로 한 섹시한 이미지로 인해 많은 남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안신애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패셔니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이예정은 “필드 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심플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센스있게 코디한다”고 말했다.
올해 생애 첫 우승을 포함 2승을 올린 양제윤(20·LIG)도 패셔니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양제윤은 올해 큐티하고 발랄한 ‘칠부바지패션’을 선보이며 ‘양제윤표’ 패션 룩을 완성했다. 큐티한 이미지하면 양수진도 빼놓을 수 없다. 양수진은 원색 컬러와 밝은 톤 이미지의 의상으로 필드패션을 뽐냈다.
최근에는 남자프로들도 필드패션 경쟁에 가세했다. 홍순상(30·SK텔레콤)과 박상현(29·메리츠금융)을 필두로 한 패션 경쟁은 샷 대결 못지않게 흥미를 자아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타이트하고 슬림한 셔츠와 바지의 매치다.
특히 과거 어두운 계열이나 무늬없는 의상을 선호하던 남자선수들도 화려한 색상과 체크무늬 바지로 톡톡 튀는 코디를 완성했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인상을 받은 김민휘(20·신한금융)는 루키다운 과감한 룩을 선보였다. 특히 타이거 우즈(37·미국)를 연상케 하는 패션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평소 우즈를 좋아해 그가 즐겨 입는 통바지 패션으로 필드를 장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