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우리 경제가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개선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지만 전문가들은 부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상황을 `개선'이라 볼 수 없다고 우려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가계신용은 937조5000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6% 늘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ㆍ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합친 것으로 사실상의 가계부채다.
한은은 증가율을 놓고 "3분기 기준으로 보면 4년 만에 가장 적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전년 동기 대비 10~11%씩 증가하던 분기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2011년 8~9%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1분기 7.0%, 2분기 5.8%로 하락세다.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할 경우, 가계신용(부채) 증가율이 올해 4% 중반 수준까지 떨어져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현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5.6%)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 2.4%의 두배를 넘는다. 경제 성장으로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부채가 더 많이 불어난 것이다. 올해 2분기(5.8%·3.5%)나 1분기(7.0%·4.3%)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부채가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렇지만 부채는 경제의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만큼만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2009년과 2010년 일부를 제외하곤 2011년 1분기부터 현재까지 21개월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명목GDP성장률을 1.7~4.2%포인트씩 웃돌았다.
올해도 1분기 2.7%포인트, 2분기 2.3%포인트, 3분기 3.2%포인트씩 차이가 나는 등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격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에서 가계대출이 `5년간 명목GDP성장률' 등 적정수준을 초과하는 만큼 대출기관에 규제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그간 가계부채의 질은 악화했다.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과 같은 1.01%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성장률을 넘는 가계부채 증가는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 더 문제가 된다"며 "명목 성장률을 높이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워주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