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 민주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대통령 후보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에 대한 명시적인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다. 문 후보가 부담을 느낄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칭해선 “친일의 후예” 등으로 지칭하며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친일의 후예,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재집권을 국민에게 재앙이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라며 “노동자 농어민 서민이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 남북이 화해 단합하는 통일의 길로 가기위해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사퇴로 이날 오후 8시 열리는 제18대 대통령선거 TV토론회는 박-문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 후보 사퇴 직후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 사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결정”이라며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짧게 논평했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출마로 27억여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냈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중도사퇴 하더라도 이 보조금은 반납하지 않아도 돼 선거보조금 ‘먹튀’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당초 이 후보 출마가 국고보조금을 노린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기에 그가 막판에 문 후보를 지지하며 공식 사퇴할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었다.
이 후보는 지난 9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보법 철폐, 침략적 한미 합동전쟁훈련 중단, 평화협정체결, 파괴적인 종북논쟁 중단으로 위기관리를 넘어 통일로 확고히 나아가자”면서 후보출마를 선언한 뒤 각종여론조사에서 1%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후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 후보는 TV토론회 등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TV토론에 나왔다”면서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고 토론회 진행 내내 비아냥거리기, 상대후보 말 자르기 등으로 일관해 TV토론이 품격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