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박빙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1% 미만의 지지율을 지닌 이 전 후보의 사퇴가 문 후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이 전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어내기 위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한 명시적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박 후보를 향해 “친일의 후예” “유신독재의 뿌리” 등 날선 비난을 하면서 범진보좌파 연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분명히 했다.
이 전 후보 측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와 사전 교감설에 대해 “이 전 후보 스스로 결단했다. 정권교체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헌신하겠다는 약속 지키는 것”이라고 부인했고, 문 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선 “공동유세가 아니어도 우리의 뜻이 잘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 전 후보의 지지율은 1% 미만이다. 초박빙의 상황에서 이 전 후보의 사퇴가 지지율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이 전 후보와 통진당이 지닌 ‘종북’ 이미지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이 전 후보 사퇴에 대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이 전 후보 사퇴직후 브리핑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정으로 본다”면서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를 실현하고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만 했다. 당 안팎에선 공개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히진 않으면서도 이 전 후보 사퇴로 문 후보 지지율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역시 “0.5% 지지율이라도 지금처럼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앞서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에 이어 심상정 진보정의당 전 후보, 이 전 후보의 사퇴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문 후보가 명실상부한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는 점에서 야권 성향 지지층을 총결집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분위기도 흐른다.
또 공표가능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열세를 기록했던 문 후보의 지지율이 일단 소폭 상승할 거란 관측도 솔솔 나온다.
문 후보 측이 이 전 후보의 사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후보의 사퇴와 관련한 유불리에 대해 “표로 접근하면 안 된다”면서 “선거를 이번 대선만 치를 것도 아니고 이 전 후보 측과 정책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분도 없는데, 덜컥 손을 잡을 수는 없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4·11총선에서 노선이 다른 통진당과 연대했다가 새누리당에 패한 경험이 있다.
이 전 후보의 사퇴와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 때문에 위기를 느낀 보수우파층이 결집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후보직 중도사퇴로 불거진 통진당 27억원 국고보조금 ‘먹튀’ 논란은 보수층 외에도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박 후보 측 이상일 대변인은 “문 후보로선 지금 단 한 표라도 아쉽기 때문에 이 전 후보의 사퇴가 고마울 것”이라며 “이 전 후보는 사퇴했지만 대선국고보조금 27억원은 그대로 받게 된다”고 공격했다.
한편 이 전 후보의 전격사퇴로 이날 저녁 8시 열릴 TV토론회는 박·문 후보의 양자대결로 펼쳐진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 전 후보는‘박근혜 저격수’를 자처, 맹공을 퍼부어 ‘정상적인 토론회 진행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의 불참으로 토론회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