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인사] 파격 임원인사 주인공들… 패기와 열정으로 편견을 깨다

입력 2012-12-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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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미보다 패기’, ‘관례보다 파격’. 삼성·LG·GS그룹이 올 하반기 인사를 꾸리면서 꺼내든 카드다. 이는 곧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로 이어졌다. 의례적으로 인사의 기준이 됐던 나이와 성(性), 학력과 출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을 패기와 열정이 관건이었다.

LG그룹 첫 고졸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사장부터, 록을 즐길 줄 아는 젊은 감각의 김기환 GS상무, 유리천장을 끊임없이 깨고 있는 조인하 삼성전자 상무, 공채출신 첫 임원이 된 이정애 LG생활건강 전무까지. 3개 그룹 파격인사의 답을 보여준 이들이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로지 세계 최고의 세탁기만을 꿈꾼 조정진 LG전자 사장은 그룹 첫 고졸 출신 임원 자리에 올랐다. ‘날고 긴다’는 화려한 스펙을 갖춘 선배와 동기를 제칠 수 있었던 조 사장의 무기는 바로 ‘열정’이었다. 조 사장은 입사 당시 많은 이들이 기피하던 세탁기계실에 들어가 해외 기술이 아닌 우리 기술로 세탁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기 시작했다. 열정은 곧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갖춘 LG드럼 세탁기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002년에는 신지식인 특허인상을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인정받았다.

열정 가득한 젊은 임원들도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졌다. 김기환 GS 상무는 38세의 젊은 나이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컨설팅사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9년 부장으로 GS에 영입됐다. 자기 관리와 시간 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김 상무는 록음악을 즐겨듣는 신세대 임원이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만큼 조직 분위기를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수평적 리더십을 평소 강조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류제형 상무(38·3년 대발탁) 조인하 상무(38·여·3년 대발탁) 김경훈 상무(38·2년 발탁) 박찬우 상무(39·2년 발탁), LG화학의 김성현 상무(39) 모두 30대에 업무 능력과 패기를 인정받았다. 류제형 삼성전자 상무는 부장이 된 지 9개월 만에 상무가 되면서 보통 임원이 되려면 4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전통을 깼다. 김성현 LG화학 상무 역시 올해 수석부장으로 올라선 지 1년 만에 다시 승진하며 주목받았다.

나이의 틀을 깬 이들이 있다면 ‘성(性)’벽을 넘어선 이들도 있다. ‘30대 임원’과 ‘여성임원’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며 2관왕에 오른 조인하 삼성전자 상무다. 조 상무는 중남미 지역 TV 마케팅을 담당해온 해외 영업통으로 지난 2007년 TV영업 분야 최초의 여성 주재원으로 아르헨티나에 파견돼 공격적인 마케팅과 공급망관리(SCM) 안정화를 통해 TV시장 1위를 일궈냈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3년을 뛰어넘어 파격 발탁됐다.

조 상무와 함께 우먼파워를 보여준 이는 이정애 LG생활건강 전무다. 이 전무는 LG 최초 공채출신 여성 임원이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이 전무의 성공에는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이자 여장부로서의 담대한 면이 큰 역할을 했다.

유미영 삼성전자 상무, 김희연 LG디스플레이 상무, 백영란 LG유플러스 상무도 여풍(女風)을 이끌었다. 유미영 상무는 지난 2005년 세계 최초 디지털TV 전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주도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스마트TV 최초로 음성·모션·얼굴을 인식하는 스마트 인터렉션 기능 등을 개발하며 삼성전자가 7년 연속 TV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여했다.

김희연 상무는 IR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지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으며, 백영란 상무는 UCLA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10년 LG유플러스에 입사해 전자금융, 기업 메시징 서비스 등 e비즈 사업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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