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프區 경제洞] 골프장 식당 ‘셧아웃제’ 도입하자

입력 2012-12-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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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장소로 골프장만한 곳이 있을까.

교외를 조금만 벗어나도 골프장 안내 표지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골프장은 전국 방방곡곡 고르게 분포돼 있어 유원지나 명승지를 찾는 것보다 훨씬 쉽다. 게다가 잘 가꿔진 진입로와 편리한 주차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주말·휴일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아름다운 코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특급 호텔 스카이라운지도 부럽지 않다. 반드시 데이트장소가 아니더라도 가족 또는 각종 모임장소로서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골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프장은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조차 쉽지 않을 만큼 문턱이 높다. 실제로 철저한 회원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골프장에서는 회원이 아니면 식사도 할 수 없다.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은 너나할 것 없이 명문을 지향해왔다. 클럽하우스 건설비로만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 궁궐을 방불케 한다. 로비에 들어서면 웬만한 사람은 기가 죽거나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골퍼들만의 프라이빗 공간으로서 사랑받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은 외부인은 물론 내장객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이른 아침 티오프를 위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도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이 아닌 휴게소나 인근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현실성 없는 가격 때문이다.

시중 7000~8000원 정도하는 해장국은 골프장에서 1만5000원 정도에 판매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시중보다 두배나 하는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이라도 녹여 넣은 걸까. 무엇이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음식 값을 비싸게 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독점영업으로 인한 안일한 가격 책정과 소량 다품종 식자재 구비, 원거리 입지로 인한 유통·배송비 인상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좀처럼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 운영이다. 골프장이 폐쇄적이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아직까지 폐쇄적인 경영을 고집하는 골프장이 있다면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문하고 싶다. 이 제도를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 접목하면 ‘셧아웃제’가 된다.

예를 들어 공개 입찰을 통해 채택된 5~6명의 사업자(조리장)들은 골프장이 무상으로 제공한 공간(식당)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그러나 6개월 후에는 5~6개 사업자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 곳은 반드시 퇴출돼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셧아웃제’는 식당 매출을 증가시키고, 사업자에게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제공된다. 또 내장객은 저렴하고 질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방식은 그늘집과 코스 관리, 아카데미 등 골프장 내 모든 분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그늘집에서 판매되는 식·음료는 천편일률적이라 할 만큼 특색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특성을 살려 마을 할머니가 직접 빈대떡과 막걸리를 팔거나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를 제공한다면 그늘집을 외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움츠러들거나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 통념은 버리고 비골퍼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길이 아닌 곳에 길이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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