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을 실천하는 민생정부를 표방함에 따라 경기부양과 무상보육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안 증액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내년 예산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조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일 여야 간사의 회동을 시작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심의를 시작했다. 현재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법정기한일인 12월 2일을 넘긴 채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동안 예산안 감액 심사는 보류사항을 제외하고 이미 심사가 끝난 상태지만 증액심사는 여야 간의 견해차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복지공약을 실천하고 침체에 빠진 민생경기를 살리려면 지출이 더 많은 적자예산안을 편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채발행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약속한 0~5세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1조7000억원, 중소기업·소상공업 지원과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한 4조3000억원 등 전체 6조원을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 측이 내건 ‘0~5세 무상보육 예산’등 각종 복지공약에 필요한 수조원의 재원 일부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가 짠 예산편성에서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손질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0일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해 “수정 없이 정부의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예산 증액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은 확장적 기조를 갖고 있다”며 “나름 최선을 다해 경기대응 예산을 짰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무상보육의 예산을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0~2세 무상보육을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박 당선인은 전면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를 합의할 경우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 일부가 내년 예산안에 일부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짠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요구한 내년 예산안 증액분은 13조원에 이른다. 무상보육 등 박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한 예산안을 내놓으려면 다른 사업에서 대거 예산을 감액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이날 “내년 예산안은 감액 규모 내에서 증액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금 국회에서 감액 규모를 논의하는 단계로 이 부분이 마무리되면 증액 규모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내년 재정지출이 크게 늘지 않게 되면 추경 편성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도 이번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면 내년초 별도로 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대책을 추경예산 편성에 반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균형재정을 폐기하고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경기침체를 벗어나고자 내년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