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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책임을 떠안은 문재인 후보가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힌데 이어 박지원 원내대표도 사퇴키로 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도부 공백을 메워야 하는 문제가 시급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선거 패배 후 당을 추스를 인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대선을 치른 후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부겸 박영선 선대위원장 등이 신 실세그룹으로 떠올랐고, 비주류 측에서는 김한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 등의 역할론이 커졌다. 하지만 이 마저도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될 뿐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21일 라디오방송에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잇단 선거 패배로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노를 배제할 경우 이를 대체할 주도세력도 여의치 않다. 현재 당내 친노 성향 의원은 전체 127명의 중 40여명 이상으로 분류된다.
반면 손학규계·정동영계·김근태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고 옛민주계도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 ‘친노를 배제할 경우 주도 세력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이 과정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한다던 당의 ‘정체성 혼란’ 상황도 우려된다.
이 같은 현실적 한계 탓에 ‘안철수 역할론’이 거론된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대선 과정에서 대놓고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었고, 대선 패배 직후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새판을 짜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안 전 후보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민주당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구원투수론’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안 전 후보는 조직이 아닌 개인의 인기로 여기까지 온 인물이다. 민주당으로 들어가 당권을 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주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전 후보를 영입할 경우 당의 해체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전 후보가 귀국할 때까지 민주당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