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건강보험이다. 현재 10% 남짓한 노인인구가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노인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이 머지않아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저금리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워크숍에서 “고령화 진전으로 급증하고 있는 의료비용 문제해결은 복지부문의 중요한 문제로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경제구조에 많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여 지금부터 대응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해 나가야하고, 정부는 지난해 범정부TF를 출범시켜 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역시“장기 금융산업인 보험업이 인구 고령화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밝히고 고령화 리스크를 적절히 보험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공적연금 위주로 된 은퇴 후 소득보장 체제가 다양한 연금 형태로 전환돼야 하고 퇴직연금 중심의 사적연금으로 공적연금이 가진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비 규모가 커지면서 민영 건강보험 수요가 늘고 장기 요양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급증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장기간병보험 = 고령화로 인해 전문가들은 향후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의 중심축은 고령자 보험으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장기간병보험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
김태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장기간병보험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고령화에 따른 보험 수요자의 인구 구조 변화 역시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보험사 입장에서도 보장성 보험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상태에서 고령자 보험 이외의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고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에게 적합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며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 간병관련 사회적 비용 증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영장기간병보험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간병보험은 보험기간 중 치매 또는 활동불능상태가 돼 다른 사람의 간병이 필요한 경우 간병자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현재 판매 중인 간병보험은 일반적으로 중증치매·활동불능상태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해 발생일로부터 90일 이상 계속돼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전문의 진단)에 한해 보장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간병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정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는 별개로, 요양보험의 보장급여 이외 간병에 필요한 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개인이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때문에 간병보험은 주계약으로 가입할 수도 있고 다른 상해나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에 선택특약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현재 2000년 이후 노인성 질환의 민간 비용 부담은 연간 20% 이상 급증했으며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고령화 리스크, 상품 개발 경쟁 닻 올리나 = 100세 시대가 장기리스크로 대두되자 각 보험사들은 건강보험과 관련된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고령화연구실’을 신설해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실제로 김대식 원장(보험연구원)은 “연구 과정에서 한국의 고령화사회 진행과 관련된 복지, 노동, 가족 등의 여러 분야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왔다”며 “문제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득과 건강문제”라고 말했다.
즉 저소득자의 고령화는 특히 사회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보험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돼 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1.8%로 아직은 OECD 국가들 중 낮은 편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이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해 2017년에는 ‘고령사회’에 해당하는 14%,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 20.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가 마무리되는 2030년 이후에는 장기요양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행 노인장기요양 보험은 신체 거동이 어려운 중증자 위주로 수혜자를 한정해 요양보험 수혜 비율이 OECD 국가 평균(11%)의 절반 수준인 5.7%에 그치고 있다.
또 가족들이 온종일 돌봐야 하는 치매노인과 목욕·요리 등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 등도 인정자에서 제외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이를 주목하고 다양한 치매보험, 요양보험 등 실버보험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보험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 민영의료보험 등으로 커버가 되지만 겹치는 부분이나 보장 사각지대 등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며 “사적 안정망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하고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다변화 등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