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폐전쟁' 격화…ITㆍ자동차 타격 우려

입력 2013-01-0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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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 환율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환율은 올해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원화강세와 엔화약세 흐름에 한국경제는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움직임이 국내 수출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와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려에 비해 실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내수주는 오히려 혜택을 볼 수도 있다.

◇ 원화강세ㆍ엔화약세 기조 지속 전망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7.10원 내린 1,063.5원에 장을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 1,060원대는 15개월만이다.

반면에 엔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87엔대로 상승했다. 엔ㆍ달러 환율이 87엔대로 올라선 것은 2010년 7월 말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는 한국 신용등급 상승, 일본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최근들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2일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도 이런 추세를 강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원화강세 기조가 올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국가신용등급이 추가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완화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지속적으로 유입될 여건도 갖춰졌다.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강세는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원ㆍ달러 환율이 1분기 1,074원에서 4분기 1,052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대투증권은 1분기에는 1,090~1,140원, 4분기에는 1,040~1,060원 선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의 소재용 연구원은 "재선에 성공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중국도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내수부양을 위해 단계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원화강세 지속을 점쳤다.

LG경제연구원도 1분기 1,070원선으로 예상했지만 4분기에는 1,035원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본 경제를 반영해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엔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해 한국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급작스럽게 떨어지는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엔화가치 절하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유현조 연구원은 "막대한 통화공급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 일본은행이 무제한 국채 매입을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으로 인해 엔화 약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IT, 자동차株 악재…항공ㆍ철강ㆍ화학ㆍ내수株는 수혜

최근 환율시장 상황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화강세와 엔화약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일부 산업에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핵심 수출산업인 IT와 자동차 등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업종은 채산성 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주가 급락하는 등 관련주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화강세와 엔화약세는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데 일본과 경합하는 가전, 정보통신, 자동차 등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번 원화강세는 세계경제가 좋을 때 나타나던 과거와 달리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타나 한국 수출에는 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율 변수에 따른 우려가 지나치며 실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화강세는 세계 경기 회복을 반영해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반영하고 한국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의미여서 주식시장 강세 요인으로도 해석된다.

채산성에서 일부 피해를 보더라도 신흥국 경기가 살아나면 세계경기가 회복돼 매출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증시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데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진 점도 고려된다.

삼성증권의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수출기업 중 IT는 이미 일본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있고 자동차도 주력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 전체로는 부정적인 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흐름이 전 업종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수출주와 달리 내수주는 원화강세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마주옥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주에 비해 유통 등 내수주와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는 환율 변수가 호재가 될 수 있다"라며 "항공, 철강, 화학 등도 수혜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유통과 음식료 등 내수주가 작년에 많이 올랐지만 올해에도 급격한 조정보다는 강세가 이어질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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