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현재와 미래]‘사회적 경제’ 대안 찾기… 컨트롤타워 필요

입력 2013-01-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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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자리 잡으려면…

▲1956년 산골마을 몬드라곤에서 설립된 생산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은 오늘날 스페인에서 매출 7위, 고용 3위 규모로 성장했다.(사진=몬드라곤 제공)
2007년 사회적 기업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774개의 사회적 기업이 생겨났다. 지난 5년간 양적 성장은 눈부시지만 스페인의 몬드라곤, 캐나다의 샹티에와 같은 질적 성장은 볼 수 없었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유럽은 1970년대부터 경험한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라는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이윤을 극대화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다른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고민 없이 고용없는 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 기업’만 유럽으로부터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이 스페인의 몬드라곤, 캐나다의 샹티에처럼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고민 없이 사회적 기업은 성공 못해 = 1970년대를 기점으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국가와 시장 모두 자본주의의 한계와 마주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표되는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에 문제가 제기됐고, 영국과 북미식의 자유로운 시장은 실업을 해결하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이에 맞서 기존의 자본주의와 다른 문법을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 개념이 등장한다. 개인의 투자 회수보다 공동자산 형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경제’다. 이에 근거해 나타난 경제집단이 바로 협동조합, 공제조합, 결사체 등이다. 이들은 기존의 경제집단과 달리 투자자가 아닌 해당 집단의 경제 주체들이 직접 소유권을 갖는다. 나아가 해당 조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사유화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늦은 1990년대 후반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다.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해고, 고용없는 성장 등의 문제에 직면하자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혹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의 등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위치와 경제활동이 갖는 의미를 제고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논의를 단지 실업이나 사회적 배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에 한정하고 그 책임을 시민사회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사회적 기업을 위한 법 인격 마련 시급 =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다 보니 이에 대한 법률 기반부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대학교 김혜원 교수, 한신대학교 전병유·이인재 교수, 양동수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등은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2차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행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사회적 기업법인’ 또는 ‘사회적 목적 회사’ 등의 새로운 법인격을 신설해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 추구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성격이 동시에 공존한다. 상법상 기업의 형태를 취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모두 갖게 되고 비영리기관으로 등록하면 영리활동에 규제를 받는다. 현행 상법상 회사는 수익 추구를 근본으로, 비영리기관의 역할은 사회적 목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그 중간을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의 법적 지위가 공백인 상태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돼 사회적 기업과 유사 형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역시 근본적으로 상법상 회사에 해당돼 똑같은 모순이 존재한다. 다만 협동조합은 의결권이 1인1표로 이런 모순을 완화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민주적 의결 절차가 오히려 사회적 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투자자나 뛰어난 경영자, 창조적 기업가의 역할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에 영리조직처럼 수익을 추구하되, 법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국의 ‘공동체 이익회사’와 같은 형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 직접 지원 줄이고 사회적 경제 컨트롤 타워 마련 시급 = 정부의 지원과 정책 조율 역시 미흡한 점이 많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예산의 상당 부분은 직접 지원에 속하는 인건비다. 정부는 2010년부터 인건비 슬라이딩제를 도입하고 사회보험료 감면, 사업개발비 지원, 공공시장 판로지원 등 간접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인건비 지원은 2007년 97.1%에서 2009년 85%, 2012년 70%로 여전히 그 비중이 높다. 초기 사회적 기업의 목적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신대학교 전병유 교수는 “인건비 중심의 재정지원이 창업 초창기 5년에 집중돼 성장기, 도약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 지원이 부족하다”며 “인건비 지원 방식은 축소하거나 사회적 기업의 제한된 형태로 한정하고 공공시장이나 금융지원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경제 관련 부처를 일원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가,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 농어촌공동체회사는 농림수산식품부, 자활은 보건복지부, 협동조헙은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행안부·금융위·농식품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전 교수는 “대통령 산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립하고 사회적 목적성을 갖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사회적 경제 영역의 다양한 활동을 범부처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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