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박병선 쵸이스골프클럽 실장 "바캉스와 휴가, 그리고 느림의 미학"

입력 2013-01-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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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이스골프클럽 박병선 실장.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즉 ‘느림의 미학’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번쯤 숨을 고르는 여유는 의미가 있다. 주변을 살펴보며 비우려는 노력이야말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요령일 수도 있다.

휴가철에는 ‘바캉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은 프랑스어로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라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va’는 접두사로 ‘비우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vacant(비어 있음)’, ‘vacuum(진공)’ 등이 파생적으로 생긴 대표적 어휘다.

‘바캉스’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학생이나 교사, 혹은 법관 등 비교적 장기휴가가 보장되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일반인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경우 ‘바캉스’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 그래서 유럽인들의 휴가는 길고 여유롭다.

동양인의 휴가도 어원은 같다. 휴가(休暇)는 ‘한가로이 쉼’을 뜻한다. 즉 심신의 피로를 풀고 새롭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충전 시간이다.

휴가의 핵심은 잔뜩 조여졌던 모든 것을 느슨하게 풀고 편안한 상태에서 휴식하는 것이다. ‘휴식(休息)’은 나무(木)에 사람(人)이 기대어 누리는 마음(心)의 자유(自)다. 결국 휴가는 ‘일상에서의 탈출’이기도 하지만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심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바캉스’도 ‘휴가’도 없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과 밤새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충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휴가로 인해 쌓인 피로를 직장으로 돌아와 푸는 사람도 있다.

겨울철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느림의 미학’과 진정한 재충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때로는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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