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혜은 문화부 기자 "MBC, 불평말고 자신을 돌아 보세요"

입력 2013-01-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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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MBC만 미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MBC 제작 관계자의 푸념이다. 언론이고 포털이고 네티즌이고 죄다 MBC만 공격하고 있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그의 말처럼 MBC는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 때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방송사였던 MBC는 어느 순간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기 파업에 휘말리며 끝을 모를 정도로 위치가 추락했다.

하지만 MBC의 몰락은 방송사 스스로 만든 결과나 다름없다.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정부 여당에 유리한 편파 보도가 이어지고 이에 항의하는 제작진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방송사의 간판인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채널 신뢰도 역시 급속히 저하됐다. 어느새 MBC는 ‘믿고 보는 방송사’에서 ‘안 믿고 안 보는 방송사’로 전락했다.

김재철 사장을 위시한 MBC 경영진은 시청률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을 반복했다. 8년 동안 방송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를 일방적으로 통보 폐지하고 이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자막 한 줄로 알리는 무례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 진행된 연말 시상식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상자를 배출하며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유신 시절을 그린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열연한 배우 안재욱이 ‘연기대상’에서 무관의 제왕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는 정치 외압설까지 흘러나왔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시청자들을 길들이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시청자들은 능동적으로 보고 싶은 채널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내부에서 혁신과 발전을 부르짖어도 냉정한 평가를 하는 시청자가 등을 돌린 방송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새해에는 MBC가 진정으로 시청자를 위한 방송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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