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요 그룹 총수들도 경영전략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적 불황에 투자와 고용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쉽사리 줄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재계의 경영전략은 크게 ‘공격이 최선의 방어’,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사회적 책임 실천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지난 성공은 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 성장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삼성전자 외의 계열사들의 경영 성적표는 이 회장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세계 리딩 전자기업인 삼성전자도 언제 하락세를 겪을 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을 통한 글로벌 공격전략을 표방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741만대의 판매목표를 확정했다. 정 회장은 “품질 제고를 통한 브랜드 혁신이 필요하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자”며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시장선도 제품’과 ‘철저한 실행’을 강조하면서 위기일수록 공격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경영전략을 내세운 재계 총수들도 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내실을 다지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를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위기가 상시화되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 관리를 통해 내실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사업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내실있는 성장, 질적인 성장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재계 총수들은‘임기응변’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사회가 복잡, 다원화됨에 따라 경영환경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만큼 환경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없이는 금세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남보다 빨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예측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수 년전부터 재계에서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이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예측, 이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임기응변’의 축자적 의미가 아닌 ‘준비된 임기응변’이라는 변형된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도 올해 재계의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다. 당초 재계는 올해 경영환경 악화로 투자와 고용을 축소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초 정책금융공사가 발표한 ‘2013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설비투자 잠정 집행액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2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는 이보다 1.4%가 더 감소한 127조9000억원이 계획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내 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 투자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한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회동에서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함에 따라, 재계는 투자 및 고용계획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나눔의 폭을 넓히기 위해 올해 경영 키워드를 ‘동행’으로 정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삼성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 사회에 희망을 줘야 한다”며 “투자도 늘릴 수 있을만큼 늘리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 역시 “협력사가 성장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고 함께 시장을 선도할 방법을 찾아 실행해 달라”고 전직원에 주문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SK그룹을 이끌게 될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주변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거세지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동참할 뜻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