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진영 정치경제부 기자 "일방적인 인수위의 소통방식"

입력 2013-0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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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수고하십니다.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조율되는 정책은 추후 대변인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수십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은 것은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 뿐이다. 인수위원들의 명단은 있지만 전화통화 조차 안된다. 추운 날씨 속에서 일명 ‘뻗치기’(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는 취재 방법)를 해도 인수위원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몰린 곳이면 기자들은 어떤 곳이든 가리지 않고 나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5년지대계가 설계되는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1000명 가까이 되는 기자들이 상주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인수위의 ‘업무 보안’을 강조하고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함구령’을 내렸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발걸음을 멈추고,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최고 지도자가 될 박 당선인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후보시절에도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조차 인수위의 ‘철통보안’ 논란에 대해 “가능하면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에게 오해와 혼돈을 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낙종도 특종도 없다. 특종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결국 오보로 끝난다”고 하는 윤창중 대변인의 오만한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언론과 아예 담을 쌓고 우리가 불러주는 것만 받아 적으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인수위. 이제는 밀실에서 나와 소통을 통해 국민의 의견과 기대를 담는 과정도 함께 밟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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