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9일 열린 새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지난 25년간 역대 대통령들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것을 감안할 때, 재계 1위인 삼성 사장단들의 강연 주제 선택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 보인다.
9일 오전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초청 강사로 나서 ‘2013 대한민국 어젠다’라는 주제로 지난 1987년 이후 역대 정권 및 대통령들의 평가와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강원택 교수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로 이어진 지난 25년간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협을 겪지 않았고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도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한 뒤, “반면 우리 국민들이 민주화 수준에 대해 생각하는 만족도는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많은 해외 정치학자들은 한국이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발전 모델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이같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국민 스스로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아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바람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국내 정당 구조로는 국민들의 민심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 때문에 비정치적이고도 참신성에 대한 갈구와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국민들의 관심사가 거대담론격에서 실생활과 연결되는 ‘라이프 스타일 폴리틱스’등의 미시적 요구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연은 역대 정권의 흐름을 짚어보고,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대응 방안을 조명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강연 내용 중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삼성 사장단은 이날 저녁 6시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 72세 생일을 맞아 실시되는 삼성사장단 신년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