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꺾은 비밀병기 '하이브리드'…프로들의 겨울 클럽세팅 필수품

입력 2013-01-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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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잔디에서 저항 적고 더브 땐 거리손실도 감소…타구 적중력 높아 인기

▲지난 2009년 PGA챔피언십 챔프에 오른 양용은. 그는 하이브리드 클럽의 마술사다. 실전에서도 두 자루의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 초보자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깼다. (사진=스튜디오PGA)
지난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파4). ‘바람의 아들’ 양용은(41·KB금융그룹)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가 함께 플레이하고 있다. 양용은은 세컨샷 지점에서 3번 하이브리드(아이언과 우드의 중간 클럽)를 꺼내들었다. 그린이 나뭇가지에 약간 가려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용은은 PGA 역사를 새로 쓰는 명품 샷을 날리며 타이거 우즈를 무너뜨렸다. 그는 동양인 최초 메이저대회 챔프에 올랐고, 그가 사용했던 하이브리드 클럽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이브리드 클럽은 귀하신 몸이 됐다. 노현명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골프숍 매니저는 “양용은의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하이브리드 클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며 “초보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더 이상 하이브리드 클럽과 어울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정상급 남자 프로골퍼들도 하이브리드 클럽 의존도가 높아졌다. 양용은은 당시 두 자루의 하이브리드를 사용했고,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재기상’을 수상한 김대섭(32·아리지CC)도 21도와 24도, 두 자루의 하이브리드를 사용했다.

이처럼 프로골퍼들의 비밀병기로서 입지를 굳힌 하이브리드 클럽은 겨울철 짧은 잔디나 딱딱한 그린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이정열 탑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하이브리드 클럽은 솔(클럽의 바닥 면) 폭이 아이언보다 넓어 잔디 저항이 적을 뿐 아니라 더브(뒤땅을 치는 실수)가 발생해도 거리 손실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러프나 어려운 라이(공이 놓인 상태)는 물론 높은 탄도로 띄워 그린에서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기능성을 발휘한다. 이 원장은 “롱아이언은 그린 위에서 구르는 경향이 있지만 하이브리드 클럽은 높은 탄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 클럽이 모든 레벨의 골퍼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클럽만큼 호불호가 극명한 클럽도 없다. 치기 편하고 안정성은 있지만 탄도 조절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클럽은 샤프트 교체만으로도 탄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은길 골프로드 골프숍 대표는 “시중에 시판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클럽은 대부분 미들킥이 장착돼 있어 높은 탄도의 볼을 칠 수 있지만, 타구가 바람에 날린다는 단점이 있다”며 “프로나 상급자는 로우킥(헤드 쪽에서 크게 휘어지는 샤프트)으로 교체하면 높은 탄도로 날아가 그린에서도 강력하게 제동이 걸린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클럽이 골프클럽 세팅에 있어 필수품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롱아이언 등 사용률이 떨어지는 클럽을 세팅에서 제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클럽 세팅에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대표는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스푼(3번 우드)을 제외하고 하이브리드 클럽을 늘리는 사람도 있다”며 “어려운 라이나 러프에서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대신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스푼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골프”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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