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뿐더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재건하기 어렵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구본준 부회장 취임 4년차를 맞이한 2013년. LG전자가 뼛속까지 독해졌다. 전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경쟁사를 상대로 과감한 법정·장외 분쟁도 피하지 않는다.
LG의 오랜 전통이던 인화를 벗어 던진 채, 과감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만년 2인자가 아닌 세계 1위를 향해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84인치 UHD TV를 내놓으며 UHD TV 시장을 주도한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출시하는 등 초고화질 대형 TV 분야에서 경쟁사들보다 발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새해 첫날인 1일,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시장선도 제품은 날씨 등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경쟁사와의 분쟁에서도 ‘한 대 맞으면 열 대로 갚아주는 전략(?)’을 쓰는 등 제대로 독해졌다.
냉장고 용량 경쟁이 뜨겁던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공식 용량 측정을 무시한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을 유튜브에 올리자 LG전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LG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100억원대의 소송도 제기했다.
광고도 독해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 투데이에 “OTHERS TALK. WE CREATE.(남들은 얘기만 하지만 우리는 출시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내걸었다. 경쟁사들이 제품 공개에 그쳤지만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84인치 UHD TV를 출시, 차세대 고화질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연속 적자에 시달리던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살리기 위해 ‘인력감축’과 ‘조직 슬림화’의 초강수도 꺼냈다. 그 결과 LG전자 휴대폰 사업부 직원 수는 지난 1년 새 1200명 넘게 줄었다.
‘독한 LG’를 내세운 구본준 부회장의 이같은 조직 슬림화는 스마트폰 사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과제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야심작 ‘옵티머스G’의 제품력이 인정 받고 있지만, 점유율과 영업이익 확대는 절실하다. 차세대 TV 시장 선도에만 그치지 말고, 1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