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에 사탄의 인형 처키 표정으로 3단 분노한 것은 개그우먼 박지선 뿐이 아닐 듯하다. “노처녀 혹은 솔로들의 공분을 샀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들어 넘길 법하지만 “방송은 공공재”라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공영방송인데 한두 사람의 프러포즈와 결혼 이야기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 프로그램을 수놓으니 시청자들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노처녀의 괜한 히스테리로 치부할 문제만은 아니다.
만남에서 결혼까지 과정, 다른 남자에 대한 호감까지 개인의 연애사가 지나치게 불거지면서 요즘에는 눈만 뜨면 윤형빈-정경미 뉴스다. TV 프로그램을 리뷰한 인터넷 기사가 쏟아지는 탓이다. 문제는 당사자인 윤형빈과 정경미 뿐 아니라 제작진까지도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 인지조차 못하는 듯한 분위기라는 점이다.
공공재인 방송이‘개그콘서트’에서부터 ‘남자의 자격’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사적인 윤형빈-정경미 커플의 연애담과 프로포즈를 생중계하듯 내보내는 것 자체가 전파낭비이며 제작진의 소재빈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악의야 있었겠냐만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윤형빈-정경미 러브스토리는 윤형빈이‘개그콘서트-봉숭아 학당’의 왕비호 캐릭터로 활동할 당시 코너 말미에 “정경미 포에버”를 외칠 때까지만 웃으면서 볼만했다. 조금 더 너그러이 ‘개그콘서트’를 통한 프러포즈까지는 그렇다하더라도 ‘남자의 자격’ ‘택시’에까지 이르며 연애과정을 낱낱이 밝히면서 시청자는 이제“또 저 이야기야”라는 짜증과 함께 채널마저 돌리고 있다.
가수 리치, 개그맨 정태호, 개그맨 김시덕, 개그맨 최효종, 개그맨 김원효 등 여러 스타들이 TV를 통해 프러포즈를 했고, 그 때마다 이슈가 됐다. 또한 그 때마다 시청자들의 심기도 불편하다. 그간 개그 프로그램 및 예능 프로그램은 종종 스타들의 프러포즈의 장으로 이용돼왔다. 연예인 개인의 사적 방송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개그콘서트’는 방송국 내부에서조차 방청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최근 KBS 직원이 자녀를 데리고 녹화장 방청을 시도했다가 프로그램의 수장 서수민 PD와 언성이 오갔다는 얘기는 방송가에 파다한 소문이다. 서수민 PD에게 ‘용감하게’ 묻고 싶다. “윤형빈과 정경미의 러브스토리와 프러포즈, 키스신이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 됐습니까? 시청률 올라갔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