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유석진 와이즈에프엔 상무 "통큰 기부 적은 우리 사회"

입력 2013-01-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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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진 와이즈에프엔 상무
지난해 거리에 등장한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어김없이 불우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연말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에 묻혀 연말연초 분위기가 영 사라진 것 같다. 반가운 소식은 유례 없는 한파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확산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이 50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훈훈한 정을 전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부자들의 통 큰 기부 소식이 들리지 않은 점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들의 거액기부가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 중의 하나로 가족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렵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형제간 아니면 부부간, 심지어 부모 자식간에도 유산문제로 다투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죽음 이후의 세계관이 서구와는 좀 다른 것이 이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유교가 여전히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한 예가 조상에 대한 제사이다. 지금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명절에 차례를 지내고 3대조까지 제사를 모시고 있다. 바로 이 제사라는 의례를 통해서 한국인들은 죽음 이후에도 후손들과 마주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는 것 같다. 그래서 유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는 대신 사회에 기부하는 것에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재산을 기부하는 것으로 살아 생전에 자식들의 반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그 원망을 들을 것이란 불안 말이다. 거기에 비하여 기독교의 사후관은 현실과의 단절이 더 강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비율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사후에도 영혼의 불멸을 기독교도 믿기는 하지만 천국이라는 사후세계는 현실과 단절된 곳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하나의 이유만으로 부자들의 기부가 적은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유달리 강한 부모와 자식간의 정신적 유대감, 선진국에 비하여 늦은 경제발전, 세금과 같은 사회적 제도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그중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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