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미국이 재정절벽 사태를 넘기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한데다 3년 넘게 끌어온 유럽의 재정위기는 올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경착륙 우려가 이어졌던 중국 역시 올해 글로벌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 금융기관 알리안츠는 최근 2013년이 ‘크렉시트(crexit·위기 탈출)’의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은 물론 주요 선진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국제 신용평가사들 역시 경기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피치는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유럽 국가부채 위기가 고비를 넘겼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에서 퇴출되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0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유로존 경제가 점진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며 연말 회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낙관론은 금융시장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지뢰밭’이라는 오명을 썼던 유로존 채권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위기의 진원이라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은행권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은행 인테사상파울로가 올해 발행한 3년물과 5년물 은행채 금리는 3.125%와 3.875%로 낮아졌다. 이는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 수요는 발행 물량의 3배에 달했다.
유럽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로화의 강세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유로·달러 환율은 1.34달러를 넘어서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 역시 경기 낙관론에 힘입어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미국 S&P500지수는 지난주 1470선을 넘어서며 2007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미국 경제는 연초 의회의 극적인 재정절벽 협상 타결에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6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이 역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4일 로이터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의회가 3월 부채한도 증액 협상 타결에 실패하더라도 국채 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7.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7.8%를 소폭 웃도는 것으로 GDP 성장률은 2년 만에 반등한 셈이 됐다.
중국의 지난해 전체 GDP 성장률은 7.8%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정부 목표치인 7.5%는 웃돌았다.
다만 세계은행이 글로벌 경제 전망을 하향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세계은행은 ‘2013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3.0%에 비해 0.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진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여전히 위태롭고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