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이 매각 불발 조짐에 하한가를 맞았다.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의 가격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다 강력한 라이벌인 STX팬오션까지 매물로 나와있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22일 대한해운은 전거래일대비 1850원(14.68%) 하락한 1만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초 3200원선에 거래되던 대한해운은 SK그룹과 CJ그룹을 비롯한 5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전일 1만2000원대까지 치솟으며 40여일만에 226%나 급등했다. 주가 급등을 이유로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SK해운과 CJ GLS, 그리고 동아탱커가 대한해운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역시 채권단과의 가격 차이가 커 M&A 성사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대한해운의 매출과 부채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500억원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그러나 대한해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법원의 희망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업계에서 대한해운보다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벌크선 1위 업체 STX팬오션이 매물로 나와있다. 대한해운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해운은 STX팬오션 인수전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STX팬오션은 대한해운 매각 흥행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장중 11% 넘게 급등했다. 대한해운 인수에 의향을 내비쳤던 대기업은 물론 삼성·현대차그룹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에 M&A 성공 기대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거지면서 STX팬오션은 전거래일 대비 240원(4.08%) 내린 5640원으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펀더멘탈보다는 매각 이슈에 좌지우지되고 있는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A대형 증권사 연구원은“M&A관련주들은 펀더멘털보다는 매각과 관련한 기대감이나 뉴스에 좌우되기 때문에 주가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며 “섣불리 추종매매에 나서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