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록 갇혀 있는 몸이지만, 훗날 검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갓 임용된 로스쿨 1기 검사가 자신이 구속시킨 70대 여성 피의자로부터 ‘공정한 수사를 해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아 검찰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A(72)씨는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맡기겠다며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주변 지인 5명에게서 2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세련된 용모를 갖춘 A씨가 점잖고 지적인 말투로 얘기할 때마다 피해자들이 솔깃해 넘어갔지만, 사실 그는 전과 8범의 사기꾼이었다.
검찰은 새내기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 유재근(34·로스쿨 1기)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약사 출신으로 검찰에 막 배치돼 실무교육을 받고 있던 유 검사는 의욕적으로 사건을 파고들었다.
유 검사는 A씨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고 그에게 사기 및 무고 혐의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주소지를 바꿔가며 소환요구에 불응하면서 ‘피해자 회유’ 등 사법처리를 피하려고 온갖 수를 썼다.
그러자 유 검사는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첫눈이 내리던 지난해 12월5일. 유 검사는 A씨가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로 향해 직접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그로부터 며칠 되지 않은 지난 18일, 유 검사는 A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검사님이 너무 무섭고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진심으로 죄인을 대해주신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져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다.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적극적이면서도 친절한 태도에 피의자가 감복한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