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꾸라졌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 국내 증시 이탈을 가속화한데 따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천수답(天水畓) 장세를 나타내며 외국인 투자자 손 끝에 좌우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내증시는 대외 호·악재 보다는 외국인 수급 공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증시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외국인이 끊임없이 내팽개치는 매도 물량을 받아줄 주체가 없다보니 ‘비가 오고 해가 뜨길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넋 놓고 언제까지 팔아치울 것인지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은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난 29일부터 매도가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외국인이 쏟아낸 금액 상당부분이 뱅가드사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결과다. 또 원화절상도 외국인들에게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면서 한몫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외국인에 종속된 한국 증시의 허약체질에 있다. 외국인 투자 의존도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물론 외국인의 유동성도 중요하지만 변동성이라는‘해충’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외국인 투자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체질이 변해야 한다. 외국인에게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증권 거래 관련 세제를 개편, 근본적인 매매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에 난색을 표한다. 논의 자체가 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증시를 외국인들의 손끝에 일희일비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