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 콧대 꺾었다… 마이너의 반란

입력 2013-02-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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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포드, 잉글랜드판 칼레의 기적… 예상 뒤엎은 반전드라마에 팬들 열광

▲브래드포드의 로리 맥아들이 지난달 8일 잉글랜드 리그컵 애스턴 빌라와의 준결승에서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올시즌 잉글랜드 캐피탈원컵(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전은 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 시티와 브래드포드 시티간의 대결로 압축됐다. 브래드포드는 어지간한 프리미어리그 팬에게도 낯선 팀이다. 현재 4부리그 소속으로 지난 90년대 후반 두 시즌간 1부리그에 머물렀을 뿐 그 이전에는 1922년에 1부리그에서 활약한 것이 전부다.

브래드포드는 현재 4부리그에서도 중위권이지만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위건, 아스널, 애스턴 빌라 등 1부리그 팀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브래드포드의 기세는 마치 1999/2000시즌 프랑스 아마추어리그 칼레를 보는 듯 하다. 칼레는 당시 4부리그 아마추어 팀이었지만 2부리그 팀이던 OSC 릴, AS 캉을 비롯해 1부리그 팀 스트라스부르, 지롱댕 보르도 등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지역 공무원, 학생, 시계수리공, 슈퍼마켓 점원, 회사원, 정원사 등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칼레는 결승전에서 선전했지만 낭트에게 1-2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1-1로 비기고 있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으로 실점해 분패했다. 당시 낭트의 알랭 카베글리아가 얻은 페널티킥은 오심으로 밝혀져 칼레의 아쉬움은 더 컸지만 당시 경기장을 찾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낭트는 결과에서, 칼레는 정신에서 이겼다”고 말하며 감동을 나타냈다.

칼레나 브래드포드만이 기적을 이룬 것은 아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스페인 국왕컵에서 3부리그 소속의 CD미란데스는 4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4강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에게 패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도 일부 포함된 미란데스의 선전은 놀라웠다. 2003/04 시즌 독일 2부리그팀 알레만니아 아헨은 2부리그 중위권 수준의 팀으로 재정 적자에 허덕였지만 독일컵 결승전까지 진출해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아헨은 8강에서 독일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에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고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우승팀 베르더 브레멘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정지어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까지 진출했다. 이듬 시즌 대회 32강까지 진출하는 선전으로 아헨은 재정 적자를 면할 수 있었고 2006/07 시즌에는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었다.

스포츠는 어느 한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 아니라면 대개 약팀을 응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드라마틱한 승부 혹은 약팀이 강팀을 잡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지도 모른다. 선수단 규모, 재정, 기량 등 모든 면에서 스완지에게 밀리는 브래드포드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축구의 성지’로 통하는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리는 캐피탈원컵 결승전(한국시간 2월 25일 새벽)은 그런 면에서 더 많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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