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눈쌓인 국도 달려보니

입력 2013-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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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이미지 새 디자인 일품, 국내 유일의 4WD 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는 로디우스의 계보를 잇는 11인승 미니밴이다. 국내 유일의 4WD 미니밴인만큼 눈길에서도 넉넉한 안정감을 내보였다.
쌍용차 로디우스 후속 모델이 등장했다. 2010년 하반기 코드네임 A-150으로 개발에 착수, 2년6개월여 동안 1800억원을 투자해 개발을 마쳤다. 개발 초기는 인도 마힌드라에 회사가 인수되던 무렵이었다. 마른 수건도 짜내야할 상황에도 쌍용차는 로디우스를 다듬고 다듬었다.

어려움에 빠져 신차 C-200(코란도C) 론칭마저 위협을 받았을 무렵, 쌍용차는 없는 살림에 마른 수건까지 짜내며 TV광고에 자신들의 의지를 실어 보내기도 했다. 광고 문구는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였다. 그 무렵, 쌍용차가 내세웠던 내일은 오늘의 코란도 투리스모였던 셈이다.

▲직렬 4기통 2.0리터 e-XDi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55마력을 낸다. 커다란 덩치는 넉넉한 토크 덕에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다.

시승은 서울과 경기도 가평을 잇는 시가지와 고속도로, 눈 쌓인 국도에서 치러졌다.

새 모델의 가장 큰 숙제는 로디우스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것. 이를 위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30년 전통을 지닌 ‘코란도(Korando)’ 브랜드에 합류했다. 서브네임 투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여행(Tour)을 뜻하는 ‘투리스모(Turismo)’를 조합했다. 로디우스를 벗어내기 위한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다.

겉모습은 로디우스를 밑그림으로 한결 과감하고 단단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은 코란도 스포츠에서 보여줬던 직선과 과감함을 담았다. 기존의 기형적인 1.5박스 스타일은 뚜렷한 2박스로 바뀌면서 단단한 인상을 담았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C필러(차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 앞쪽부터 A필러다)역시 두텁고 강한 모양새로 바뀌었다.

한결 각진 모양새로 등장한 새 코란도 투리스모를 보면서 이 시대 쌍용차의 색깔을 짐작한다. 이전과 보디 사이즈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둥글고 커다란 이미지는 직선을 바탕으로 단단한 이미지를 더했다.

전방을 노려보는 헤드램프와 마음껏 늘린 가로줄 프론트 그릴도 이 시대 쌍용차의 색깔이다. 둔탁하고 선이 뚜렷한 디자인은 언뜻 SUV 분위기마저 담고 있다.

로디우스가 지닌 가장 큰 단점을 코란도 투리스모는 커다란 장점으로 바꿔 놓은 셈이다.

쌍용차는 이제껏 과감한 디자인을 앞세웠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래서 개성으로 똘똘 뭉친 디자인이 많았다. 흔하디흔한 ‘패밀리 룩’조차도 거부하며 모델 각각의 개성을 살렸다. 심지어 BMW X6가 등장하기 전부터 ‘쿠페+SUV’ 라는 장르 파괴적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쌍용차 마니아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실내는 4열 구성의 2+3+3+2 구성을 지닌 11인승이다. 3열 시트까지 넉넉한 독립성을 지닌다.

문을 여닫고 차에 오르는 동작은 이전 로디우스와 다를 게 없다. 적당히 내려다보는 시야는 한없이 여유롭다. 실내는 4열 시트로 2+3+3+2구성을 갖춘 11인승이다. 운전석을 비롯해 2열 시트까지는 독립성이 뚜렷하다. 다만 3열 시트부터 뒷바퀴 휠 하우스에 영향을 받는다. 4열 시트는 제 기능을 다하기에 모자람이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낮은 디젤 음이 실내로 올라온다. 한때 5기통 디젤로 대변됐던 쌍용차 묵직한 디젤엔진 음색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리터 e-XDi 200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는 36.7kg·m다.

엔진의 밑그림은 1994년 쌍용자동차 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독일 벤츠의 OM661 엔진이다. 데뷔 당시 직렬 4기통 2.3리터 자연흡기를 도입했고, 이후 쌍용차가 과급기와 인터쿨러를 더했다.

다운사이징 추세가 시작될 무렵 발 빠르게 커먼레일 시스템을 추가했고 배기량을 2.0으로 낮췄다. 엔진 블록과 몇 가지 부품을 제외하면 이제 20년 전 그 시절 벤츠 엔진과 전혀 다른 엔진이 됐다. 다만 그 뿌리는 100만km를 보링 없이 달렸던 벤츠의 내구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트랜스미션 역시 벤츠의 팁트로닉 5단이다. 수동기능을 갖췄지만 시프트레버를 움직여서 변속할 수 없다. 레버 옆에 달린 스위치를 앞뒤로 옮겨가며 변속한다. 여의치 않으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와 -버튼을 이용해도 된다.

중앙에 자리한 센터클러스터는 고집스럽게 버리지 않고 있다. 로디우스와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익숙해지기 전까지 중앙에 자리한 속도계에는 눈이 잘 가지 않는다.

시트는 얇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자세를 바꾸기에 두툼한 시트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두께가 얇지만 제법 푹신한 느낌이 내려앉아 있다. 2열까지는 각각의 자리마다 레그룸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4WD 기능을 앞세워 코란도 브랜드에 합류한만큼 SUV의 영역까지 아우른다.

초기 출발은 부드럽고 가볍다. “초기 가속이 답답하다”는 것은 옛날 쌍용차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요즘 쌍용차는 작은 움직임에도 발 빠르게 반응하며 답답함을 성큼 밀어낸다.

가볍게 움직이는 초기 반응은 금세 다음 기어를 올라타며 내뻗는다. 부드러운 가속은 중속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5단 기어는 불만이 없다. 이 정도 엔진에 이 정도 크기의 미니밴이라면 충분한 트랜스미션이다.

엔진 회전수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꾸준하게 가속할 수 있어 미니밴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미니밴은 냅다 내달리는 차가 아니다. 적당히 불편함 없이 달려주면 그만이다.

넓은 바닥 전체로 막아서는 로드 노이즈가 신경을 거슬리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기본 콘셉트 자체가 잘 달리는 차와 거리가 먼 탓에 핸들링을 논할 수 없다. 다만 위급상황을 가정한 급핸들 조작에서는 제법 발 빠르게 앞머리를 비튼다. 다만 승객이 없는 뒷자리는 가끔 통통 튀기도 한다. 익숙해져야할 부분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제한 속도를 넘나들며 가볍게 달린다. 제법 높은 차체에도 안정감을 지닌다. 휠베이스가 넉넉한 덕이다.

눈 쌓인 국도에서 코란도 투리스모는 제 성능을 낸다. 국산과 수입을 막론하고 국내 유일의 4WD 기능을 갖춘 미니밴이다. 도로 옆에 잔뜩 쌓인 눈길에 올라섰다.

차를 세우고 4WD 고속모드로 전환했다. 저속모드가 아니라면 주행 중 모드를 바꿀 수도 있다. 다만 권장사항은 아니다.

왼쪽은 도로의 마른노면, 오른쪽은 눈길을 밟고서도 성큼성큼 언덕길을 집어삼킨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나 TCS가 개입할 여지도 없다. 기본적인 4WD 기능만으로도 웬만한 눈길은 거칠게 없었다.

쌍용차는 마른 수건을 짜내며 코란도 투리스모를 내놨다. 로디우스의 실패를 거울삼아 디자인에 가장 많은 노력을 더했다고 했다.

새 모델은 로디우스의 뼈대를 갖고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최악의 단점이었던 디자인은 최대의 장점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코란도 브랜드에 합류한 차 이름은 절반의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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