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ATS “손맛 짜릿한 핸들링 머신”

입력 2013-02-07 13:22 수정 2022-01-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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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터보엔진 최고출력 272마력, 명민한 핸들링으로 BMW 겨냥

▲캐딜락 ATS는 BMW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직렬 4기통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캐딜락 ATS는 BMW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직렬 4기통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캐딜락 ATS는 이제껏 우리가 보고 느껴왔던 캐딜락의 아우라를 벗어난다.

애당초 캐딜락은 CTS와 아랫급 BLS를 내세워 유럽을 겨냥했다. 그러나 엔트리급이었던 BLS는 뼈속까지 사브(SAAB)에 불과했다. 사브 9-3의 엔진과 핵심기술이 바탕이었다.

생산도 사브 트롤헤탄 공장에서 뽑아냈다. 겉만 미국 고급차 캐딜락일 뿐, 속내는 사브나 마찬가지였다는 의미다.

독일산 고급차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에 견줄 수 있는 걸출한 대항마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캐딜락의 고민은 그렇게 시작됐고 그 끝에 대항마 ATS를 내놨다.

ATS는 굴림방식과 차체, 핸들링, 파워트레인, 기본 컨셉트, 주행감각, 시장 포지션 등 모든 것이 기존 캐딜락의 굴레를 벗어난다. 그리고 뚜렷한 목적도 지닌다. 타도 BMW다.

▲인테리어는 미국차가 보여줄 수 있는 감성품질의 정점이다. 짧고 뭉툭한 변속기 레버 역시 다분히 스포츠성이다.
▲인테리어는 미국차가 보여줄 수 있는 감성품질의 정점이다. 짧고 뭉툭한 변속기 레버 역시 다분히 스포츠성이다.

◇2.0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무려 272마력=ATS는 1월초 국내에 첫 선을 보이면서 공식적으로 BMW 3시리즈를 경쟁차로 삼았다.

대놓고 경쟁상대를 지목한 만큼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최고출력, 안전·편의장비 모두 경쟁차를 앞선다.

디자인은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를 가득 담고 있으되 고성능에 걸맞게 다듬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눈매는 ‘고성능 콤팩트세단’에 모자람이 없다. 전반적으로 작고 암팡진 보디에 날카로운 디자인 터치를 가득채운 모습이다.

보디 곳곳에 알루미늄 보다 가볍고 단단한 마그네슘을 녹여냈다. 경량화를 위한 노력이다. 무게대비 최고출력은 스포츠 쿠페와 맞먹는다. 최고출력도 배기량 100cc당 최고출력 100마력의 벽을 가볍게 넘긴다. 과급기(터보)를 추가한 덕이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순발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36.0kg·m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5.7초에 끝낸다. 같은 배기량의 BMW 3시리즈를 훌쩍 앞서는 수치다.

엔진룸을 열어보면 엔진이 유난히 솟구쳐있다.

동시에 앞 서스펜션을 지지하는 ‘서스펜션 마운트’ 역시 엔진룸 양옆에 솟아올라있다. 높은 엔진은 네바퀴굴림 모델인 AWD를 위해 엔진 아래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구성이다.

트랜스미션은 6단 AT. 갈길 바쁜 자연흡기 엔진에는 7~8단 기어가 제격이다. 그러나 솟구치는 터보 엔진의 순간파워를 받아내기에 6단 AT는 충분하다. 회전수 상승이 빠른 마당에 굳이 기어를 8단까지 쪼개가며 번거롭게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을 낸다.
◇민첩하고 명민한 핸들링 돋보여=시동을 걸면 아이들링 상태에서 조용한 엔진음만 낮게 깔린다.

반면 가속페달을 살짝살짝 밟을 때마다 회전수 게이지는 가볍게 솟구친다.

배기저항이 적고 스로틀 반응이 날카로우며 예리하다.

시승 행사는 경기도 용인의 와인딩 코스에서 이뤄졌다.

단순히 굽이치는 코스가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다.

최근 고성능 콤팩트 세단은 자연흡기를 등지고 터보를 지향한다. 초기 출발부터 중속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되 꾸준한 가속력을 보인다. 본격적인 터보가 시작되는 중속부터는 파괴적인 가속력을 보이고 이 힘을 고속까지 이어간다.

가속감은 웬만한 V6 3.5리터급 준대형차를 확실히 앞선다. 터보가 시작되는 중속까지 주춤거림이 반복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6단 AT는 수많은 유성기어가 움직이면서 동력을 맺고 끊는다. 무게도 무게지만 이들이 움직이는 타임 레그도 적다. GM의 트랜스미션 가운데 이례적이다.

초기 출발은 제법 가볍다. 초기가속이 가볍다는 것과 묵직하다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가벼운 가속은 회전수 상승과 함께 속도계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다. 묵직한 가속은 회전수만 급하게 튀어 오르되 속도계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ATS는 전자에 속한다.

굴림방식은 유럽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만큼 뒷바퀴굴림이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를 끄더라도 웬만해선 조향바퀴의 궤적을 놓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밀어붙이면 슬며시 언더스티어가 일어난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이 점진적이다. 그만큼 사전 대응이 쉽다는 의미다.

코너와 코너를 반복해 달리면 차 앞머리가 바깥쪽으로 슬며시 밀려나간다. 이때 가속페달을 살짝 떼는 것만으로 차 앞머리는 재빨리 코너 안쪽으로 되돌아온다. 이른바 턱-인(tuck-in) 현상이다.

과감하게 코너에 뛰어들고 명민하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독일산 경쟁차에 손색이 없다. 300마력에 육박하는 고성능을 핸들링 하나만으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지만 단단한 차체는 더 큰 출력까지 견딜 수 있다. 독일 콤팩트세단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다.
▲작지만 단단한 차체는 더 큰 출력까지 견딜 수 있다. 독일 콤팩트세단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다.

◇드라이버 중심의 고성능 콤팩트 세단=주행안정장치가 살아있다면 이 한계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미 굴림바퀴 양쪽의 회전차를 보정해주는 LSD를 기본으로 달았다. 웬만해선 주행안정장치가 끼어들 틈도 없는 셈이다.

슬며시 자신감이 붙을 때마다 코너와 코너를 집어삼키는 동작이 과격해진다. 짜릿한 핸들링은 손끝을 타고 올라와 어깨뼈까지 이 감각을 전한다.

혹자는 ATS를 두고 뒷자리가 좁아터졌고, 트렁크가 작다며 불평한다.

뒷자리가 좁다면 더 큰 세단이 대안이고 트렁크가 작다면 미니밴을 타면 된다. 고성능 콤팩트 세단은 여러명이 함께 타며 이동하는 차가 아니다. 더욱이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차도 아니다. 운전재미를 추구하되 세단의 감성과 안정감을 겨냥한 모델이다.

2.0 터보엔진을 얹은 독일산 콤팩트 세단을 타는 기자의 눈에 ATS의 엔진은 모자람이 없다.

격한 시승코스가 이어지는 동안 ATS의 한계를 만나진 못했다. 최고출력 272마력을 모두 쏟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ATS는 아무나 덤빌 수 있는 차가 아니다. 경박스러운 움직임도 없다. 고급스럽고 중후하지만 넘치는 힘을 점잖게 담고 있다. 때문에 운전재미를 알고 고성능 FR(후륜구동) 콤팩트세단을 다룰줄 아는 멋쟁이에게 어울린다. 바로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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